[이슈+] '400만대' 생산절벽 앞 한국차…'관세 폭탄' 운명 D-1

▽ 트럼프, 수입 자동차 관세 13일 결정
▽ 미 관세 폭탄 겹치면 車업계 큰 타격
▽ 한미FTA 개정, 한국車 예외 기대감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자동차들이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자동차 '관세 폭탄' 결정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자동차 경기 불황으로 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 생산량이 최저 마지노선인 400만대를 밑돌 전망인 가운데 관세 폭탄까지 터질지 우려가 높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13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자동차 232조) 조치 적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이용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자동차,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현지시간)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6개월 연기한 바 있다. 그 시한이 11월 13일이다.

◇ 美관세 폭탄 겹치면 車업계 큰 타격

국내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 산업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고율 관세로 수출까지 막히면 산업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한 탓이다. 부품부터 완성차에 이르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현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업계는 연 400만대 생산으로 보고 있다. 생산량이 400만대 아래로 떨어지면 부품업계부터 시작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쪼그라든다는 의미다.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400만대 생산이 무너질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한 326만6698대로 집계됐다. 10월까지 국내 완성차들의 판매량은 현대차 146만대, 기아차 118만대, 한국GM 34만대, 르노삼성차 14만대, 쌍용차 11만대 등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차 흥행과 인도 등 신흥 시장 공략 덕분에 판매량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4.5%, 0.8% 늘었지만, 나머지 3사 판매량은 회사별로 최대 24%까지 감소했다.

400만대를 넘기려면 남은 두 달 약 36만7000대를 생산해야 하는데, 올해 월 평균 생산량은 32만대에 그친다. 내수는 3년째, 수출은 7년째 내리막을 걸으며 마지노선이 무너질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 수출 차량에 25% 관세가 붙는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는 급속도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량 244만9651대 가운데 81만1124대(33.11%)가 미국으로 팔려나갔다. 올해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 효과에 미국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상황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25% 관세가 더해진다면 현재와 같은 판매량을 유지할 수 없고 생산도 감소가 불가피하다. 기업과 고용에 타격이 예상된다.
인천의 한 자동차 출고 사무소에 수출을 기다리를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미FTA 개정, 한국車 예외 기대감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7년 411만5000대에서 2018년 402만8705대로 2.1% 감소했다. 이 기간 1차 부품업체 38곳이 폐업했고 20곳이 순감했다.

지난 9월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및 부품 제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38만2300명으로 집계돼 1년 전에 비해 9400명(2.4%) 감소했다. 운송·정비·판매·자재 등 전후방 효과까지 따지면 감소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는 미국발 관세 폭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올해 초 개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흑자에 대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는데, 한미 FTA 개정 이후 무역흑자는 7% 가까이 감소했다. 미국이 한미 FTA 개정으로 만족할 성과를 거둔 만큼 한국에 자동차 232조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미 FTA 개정협상 성공적 타결하고 이행하는 국가인 우리나라는 자동차 232조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해왔다"며 "이를 (미국 각계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다만 유 통상교섭본부장은 "최종적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달려있는 만큼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감안하면 긴장을 풀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