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문화가 집적된 공간, 도서관의 과거·현재·미래

윤희윤 대구대 교수, '도서관 지식문화사' 출간
기원전 3세기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도서관'이 생겼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건물에 도서관이란 명칭을 부여한 사례라고 알려졌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구매는 물론 몰수, 절도, 강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당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파피루스 두루마리 40만∼70만 매를 보존했는데, 300쪽 분량 책으로 환산하면 13만권에 달한다고 한다. 이후 도서관은 각지에 들어섰고, 현대에는 지식문화와 정보가 집적된 공간이자 지적 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윤희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펴낸 신간 '도서관 지식문화사'는 도서관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까지 전망한 도서관에 관한 역사책이다.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한국도서관·정보학회 회장을 지낸 저자는 도서관 역사를 6천년으로 본다. 그는 "기록과 보존은 인간의 본성이자 유전자"라며 "항아리가 서고의 원형이라면 동굴은 도서관의 모태이다.

동굴과 항아리에 잠재돼 있던 기록과 보존의 유전자가 고대와 중세에 변이를 일으키고 변용돼 현대의 도서관이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신화와 역사의 경계에서 다소 불완전하게 존재하는 고대 도서관부터 종교시설에 부속된 중세 도서관, 지식혁명 거점 역할을 한 근대 도서관, 민주주의 요람으로 거듭난 현대 도서관까지 충실하게 정리했다. 이어 오늘날 도서관이 지닌 가치, 개방형 사회적 장소로 변하기 위해 도서관들이 기울이는 노력, 금서의 역사에 관해서도 서술한다.

그는 인류의 도서관사를 살펴보면 인간, 매체, 역할과 기능이 핵심 키워드라면서 "규격화된 구조와 공간, 정숙을 강요하는 분위기, 대형 독서실에 불과한 일반 열람실, 음식물 반입 금지 규정 등을 해체할 때 사회적 장소로서 도서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본질적 기능을 무시한 공간적 심미성 추구, 정체성을 호도하는 창조 공간, 디지털 포퓰리즘은 시류에 편승한 가벼움의 극치"라고 비판하고 도서관은 어디까지나 책 중심의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아시아. 476쪽. 2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