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 쏟아낸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정부 믿었다가 빚더미 올라"

"정부가 가격폭락 해결책 내놓지 못하면
전국 1만개 태양광발전소 가동중단할 것"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단체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REC폭락,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앞장 섰다가 빚더미에 올랐다”며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가 가격 하락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전국 태양광발전소 1만여개를 가동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달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태양광 모듈을 부수는 퍼포먼스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 4개 단체는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정책으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수익악화로 투자비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며 “정부가 영세업자들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광주, 천안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여 명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업자들이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국회의원들에게 기자회견문과 호소문을 전달했다.이들이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규탄하고 나선 것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2년새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REC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2012년 도입한 일종의 보조금 제도다.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발전량에 비례해 정부에서 REC를 발급받은 뒤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주식거래처럼 현물시장에서 REC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2017년까지 12만원을 웃돌던 REC 평균 가격은 최근 3만원대로 떨어졌다.

REC 가격이 급락한 것은 태양광 전력 수요에 비해 갑자기 공급이 늘어나서다.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회장은 “정부가 초창기 산지를 깎아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것도 막지 않고 태양광 발전소 과잉 공급에 손 놓고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노후준비 등을 위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든 영세 사업자들만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지난해 회사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100kW 태양광 발전소 2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REC 가격이 뚝뚝 떨어지면서 원금 회수에만 13년 넘게 걸릴 상황”이라며 “월 평균 수익이 지난해엔 200만원 정도였는데 1년새 월 13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는 더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고 호소했다.이들은 REC 가격 폭락을 막을 근본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대상 기업들의 의무량 유예제도를 폐지하는 등 태양광 수요·공급 격차를 정책적으로 해결해달라는 주장이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전국 태양광발전소 1만여개를 가동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달 3일께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고 혈서 쓰기, 태양광 모듈 부수기 등 퍼포먼스도 벌일 계획이다.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시장 가격을 떨어뜨려야 하지만,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장 경쟁을 통해 태양광 가격 하락을 이끌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에 REC 가격 변동성 완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