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보고서 제목 뒤덮은…묻고 더블로 가!

여의도 25시

영화 '타짜'에서 나온 대사
'유망株 추천' 표현으로
4분기에만 일곱 번 등장
“묻고 더블로 가!”

올해 인터넷을 중심으로 가장 화제가 된 영화 대사다. 배우 김응수 씨(사진)가 2006년 영화 ‘타짜’에서 맡은 곽철용 캐릭터의 대사로, ‘도박판에서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올 하반기에 곽철용 패러디가 뜬금없이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유행어가 됐다.이 대사는 4분기 증권사 보고서 제목으로도 가장 많이 사용됐다. ‘묻고 더블로 가자, EV는 안 무너졌다’(미래에셋대우 삼성SDI 분석 보고서), ‘악재는 묻고 모멘텀은 더블로 가’(현대차증권·현대차), ‘호실적에 모멘텀까지…묻고 더블로 가!’(한국투자증권·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일곱 개 보고서가 이 대사를 제목에 활용했다.

12일 KB증권도 ‘묻고 더블로 가자, 중국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제목의 휠라코리아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휠라코리아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69.0% 늘어난 1249억원으로 집계된 데 대한 긍정적 의견이 담겼다.

휠라코리아 중국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KB증권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들어 내년 경기 반등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진 종목도 늘었다”며 “그런 종목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곽철용의 대사가 많이 쓰였다”고 설명했다.한 침대 회사의 광고 문구인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은 보고서에 단골로 채택되는 제목이다. 올해는 아홉 번 등장했다. LG생활건강, 아프리카TV, 한섬, 에스에프에이, 효성첨단소재 등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투자하기) 편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사 가운데엔 DB금융투자가 이색 제목을 다는 데 적극적이란 평가가 많다. ‘엣지가 필요해’(한섬), ‘맛있는 떡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삼성전기) 등이 DB금융투자에서 올해 나온 이색 보고서 제목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