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는 한국 금융시장 흑역사…당국 '업권 장벽' 못 깨면 또 터져"

대형사고 터질 때마다 뒷북 대책
당국, 14일 투자자보호 방안 발표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자산운용사의 편법 거래와 허술한 유동성 관리, 증권사의 부실한 상품설계, 은행의 불완전판매, 코스닥 불공정거래 그리고 이들 간의 ‘검은 유착’ 의혹까지 망라됐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임운용의 1조50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등 올해 사모펀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신용카드 대란(2003년), 키코(KIKO) 불완전판매 사태(2008년), 저축은행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2011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2013년) 등에 준하는 대형 금융사고로 꼽는다.

금융당국은 과거 이런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식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14일 내놓는다.

당국 안팎에서는 “라임 사태와 DLF 사태에서 보듯 최근 발생하는 금융사고는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업권 구분을 뛰어넘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당국 내 공고한 ‘업권별 장벽’을 깨트리지 못한다면 이런 대형 사고는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라임 사태 초기 라임운용에 대한 검사가 자산운용검사국 주도로 진행되는 와중에 펀드가 주로 판매된 은행을 담당하는 검사국과 감독국 등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라임 펀드도 은행에서 많이 팔렸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나서야 ‘라임운용이 도대체 어떤 회사냐’는 반응이 은행 부서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금융투자검사국은 지난달에야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검사에 들어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