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폐암 말기 투병' 김철민 "펜벤다졸 먹고 목소리 찾아…'아침마당' 출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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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폐암 4기 판정…뼈까지 전이김철민의 목소리는 맑고 활기찼다. 목소리만으로는 폐암 말기 환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 김철민은 "요즘 컨디션이 좋다"면서 "펜벤다졸 복용 후 가장 감사한 일은 목소리를 되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민 "절박한 마음으로 택한 펜벤다졸 복용"
김철민 효과 고백 이후 펜벤다졸 가격 10배 치솟아
개그맨 김철민은 13일 방송되는 KBS 1TV '아침마당' 방송을 앞두고 한경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쉰 목소리가 나왔다"며 "이미 암이 뼈까지 전이돼 수술도 못하고, 할 수 있는 거라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뿐이었는데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침마당' 출연에 대해 "오랜만에 방송에서 노래를 부른다"며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철민은 1994년 MBC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2007년 MBC 예능프로그램 '개그야'에서 코너 '노블 X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대학로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하는 등 빼어난 노래실력의 소유자다.
올해 7월 허리 통증을 느껴 쓰러진 후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김철민은 이후 치료에 몰두해 왔다.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지난 9월 24일부터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 복용 치료를 시작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렸다. ◆ 펜벤다졸 치료, 어떻게?
김철민의 펜벤다졸 복용은 미국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후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가 펜벤다졸을 복용한 후 완치됐다고 알려진 조 티펜스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김철민은 펜벤다졸 복용을 알릴 당시 조 티펜스의 영상을 캡처해 게재하기도 했다.
김철민은 "조 티펜스가 했던 것처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서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처럼 컨디션이 좋다가도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이어지는 게 암인 만큼 마약성 진통제가 필수적이지만 "최대한 줄이고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철민이 펜벤다졸을 복용하겠다고 전했을 때 일각에서는 "어떻게 개 구충제를 먹냐"는 반응도 나왔다. 그럼에도 김철민이 펜벤다졸 치료를 택한 건 간절함 때문이었다.
"암이 림프샘과 뼈까지 다 전이가 돼 통증이 심해지고, 어떨 땐 3시간도 잠들지 못했어요.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으면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죠. 저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해야 했어요."
◆ 치솟는 펜벤다졸 가격…"이렇게 일파만파 퍼질 줄 몰랐어요"김철민은 펜벤다졸 복용 이후 달라진 몸 상태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펜벤다졸 사진을 게재했고, 현재는 수정됐지만 지난달 29일에는 "원자력 병원 방사선 치료 17차 하러 왔다. 펜벤다졸 4주차 복용. 통증이 반으로 줄었고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김철민으로 인해 펜벤다졸에 대한 관심이 치솟으면서 관련 주가도 반등했다. 펜벤다졸 성분이 함유된 동물용 구충제를 생산하고 있다고 알려진 제일바이오의 경우 8월 12일 3600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11월 1일 8740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김철민은 자신을 보며 희망을 갖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면서 "저 역시 무섭고, 죄송하다"고 털어놓았다.
"저 때문에 펜벤다졸이 3만 원 정도에서 30만 원 정도로 10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고 하더라고요. 구하기도 힘들어지고요. 저 역시 그런 불편함과 심정을 아니까 다 이해해요. 제가 있는 양평 요양원에 저와 같은 암환자가 200명 정도 있어요. 그분들이 '저만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분들에게 계속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철민이 했으니까"라고 무턱대고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것에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철민은 "항암 치료도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며 "저 역시 3개월 후 추이를 본 후 저에게 맞는 방법을 계속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 "시한부 선언받은 말기 환자의 간절함"
펜벤다졸 '광풍'에 식약청은 "암 환자들의 강아지 구충제 복용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실험을 하지 않은 물질인 만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 약사 단체인 대한약사회 역시 펜벤다졸 복용 효과를 반박했다.
이런 사회적인 움직임에 대해 김철민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그분들과 대결구도로 기사도 많이 났는데, 저는 싸우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다만 극단에 몰린 분들에 대해 분석과 검사를 하고 결과를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식약청에서) 무작정 치명적이라는 멘트를 하니, 사 놓고도 안먹는 분들이 계시고, 그러면 또 가격만 뛰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인체 실험의 사례가 되겠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김철민은 "제가 이제 6주차로 먹고 있는데 3개월 후 조 티펜스처럼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며 "저를 효과가 있다, 없다 생각하는데 참고하는 사례로 보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내년 봄, 대학로에서 공연할 수 있길"
목소리는 예전처럼 돌아왔지만, 김철민은 여전히 암과 힘겨운 싸움 중이다. 운동도 불가능하고, 예정 없이 고통이 찾아오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김철민은 희망을 놓지 않고 내년 봄을 그리고 있다. 내년 봄, 30년 동안 공연을 해왔던 대학로에서 무대에 오르는 게 김철민의 현재 목표다. 김철민은 "이 상태라면 4월에 가능할 것 같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제가 컨디션이 좋을 땐 (개그맨 동기) 박명수도 그러더라고요. '네가 나보다 더 멀쩡해보인다'고요. 공연을 하려면 하체가 튼튼해야 해서 산책도 하고, 걸어 다니면서 단련을 하고 있어요."공연을 위한 1차 관문은 오는 12월 3일 검사다. 김철민은 "그때가 펜벤다졸을 복용한지 딱 2달째 되는 시기"라며 "그때도 검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더욱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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