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디파마텍 "5년내 파킨슨 치료제 내놓겠다"

1600억 투자 유치…창업 5년 만에 美 바이오 투자 지형 바꿔

임상 1상 진입 신약물질 6개
"FDA 조기허가 받도록 설계"
존스홉킨스대 등 미국서 개발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창업자가 신약 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제공
“볼티모어로 몰린 거대한 규모의 투자가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도를 다시 쓰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네이처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와 한국에서 퇴행성 뇌질환 치료 신약 등을 개발하고 있는 디앤디파마텍이 1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미국 내 바이오 투자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내용이다.

디앤디파마텍 창업자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슬기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는 “디앤디파마텍의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과 전문가들이 모여 이뤄내는 팀플레이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며 “한국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신약 개발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서울시 주최로 지난 4~5일 열린 ‘2019 서울 바이오의료 국제콘퍼런스’에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간경화 등 후보물질만 20여 개

디앤디파마텍은 이 교수와 이강춘 성균관대 약학부 교수가 2014년 창업한 회사다. 이강춘 교수는 이 교수의 부친이다.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함께 신약 물질을 개발하던 이 교수는 2012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존스홉킨스대 의대와 한국에서 신약을 함께 개발하는 새로운 바이오벤처 모델을 개발했다.디앤디파마텍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뉴랄리, 간경화 치료제를 개발하는 세랄리파이브로시스, 뇌 질환 유전자 분석 기술을 개발하는 발테드시퀀싱 등 다섯 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자회사 지분 70~100%를 보유한 디앤디파마텍 본사는 한국에 있지만 자회사는 모두 미국에 있다. 디앤디파마텍이 회사 운영 실무를 맡아 미국 자회사들이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등의 연구진이 개발자로 참여해 임상시험을 이끌고 있다.

테바, 화이자, 암젠 등 미국 내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평균 20년 넘게 근무한 제약 분야 전문가 25명이 합류해 임상시험 설계 등에 참여하고 있다. 외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임상 2상 이후 단계까지 진입하는 가치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 교수는 “다른 바이오회사들은 조기 기술이전을 목표로 삼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아직 치료제가 없는 언맷 니즈(미충족 수요) 시장에서 신약을 개발해 세계적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5년 내 치매·파킨슨 약 출시디앤디파마텍이 보유한 후보물질은 20여 개다. 올해까지 임상1상에 진입한 신약 물질은 6개다. 당뇨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존스홉킨스대 신경학과 연구실에서 파킨슨과 알츠하이머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NLY01은 임상 1상시험을 끝내고 2상에 진입한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퇴행성 뇌질환 환자 650명을 대상으로 약효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2~3년 안에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기 허가를 받도록 임상 설계를 했기 때문에 데이터만 잘 나오면 3~5년 안에 환자 치료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항암제 후보물질로 개발했다가 간경화 치료 효과를 확인한 TLY012도 주요 개발 제품 중 하나다. FDA는 지난 9월 이 후보물질을 만성췌장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 교수는 “세계적으로 140개가 넘는 특허를 등록하거나 출원한 상태”라며 “퇴행성 뇌질환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한 토털케어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자회사인 발테드시퀀싱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파킨슨 치매 등을 조기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프리시전몰레큘라는 영상촬영을 통해 뇌 속 염증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조영제를 개발하고 있다. 뉴랄리를 통해 개발한 신약이 상용화되면 디앤디파마텍은 퇴행성 뇌질환 진단, 치료, 추적관찰 등의 모든 과정을 책임질 수 있게 된다.창업 5년 만에 세계를 놀라게 한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이 교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해 임상1상 시험을 위해 첫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했던 때다. 그는 “연구팀 모두 ‘우리가 죽기 전에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는데 그 꿈을 이뤘다”며 “더 많은 환자의 건강한 노후를 책임지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디앤디파마텍은 내년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