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전쟁터'…경찰, 대학·성당 무차별 난입·체포

시위대, 버스·지하철 운행 저지
경찰 수장 親中 강경파 임명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쇼핑몰과 대학, 성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입해 시위대를 무차별 체포하고 있다. 강경한 경찰의 대응에 시위대의 저항도 거세지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중문대와 이공대, 시립대, 침례대 등 주요 대학 캠퍼스에선 학생들의 시위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은 학교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 진입을 막았다. 학교 내에선 활과 화살, 투창 등의 무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교내까지 진입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했다. 경찰에 맞서 학생들은 우산, 식탁 등을 방패로 삼아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SCMP는 “대학 교정이 전쟁터와 흡사했다”고 보도했고, AFP통신은 “대학 캠퍼스가 새로운 충돌의 장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시위대가 대중교통 운행 방해에 나서면서 전날에 이어 이틀째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 이로 인해 주요 지하철과 경전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로 타이포와 사틴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폐쇄됐으며 70개 버스 노선이 멈춰섰다. 이날 홍콩 내 대부분의 대학이 수업을 중단했고 많은 초·중·고교도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앞서 11일 홍콩 경찰은 사이완호 성십자가 성당으로 피신한 시위대를 따라 성당에 진입해 시위대 일부를 진압봉으로 무차별 폭행한 뒤 체포했다. 일각에선 대학과 성당에서 벌어진 상황을 놓고 1980년대 한국을 방불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 정부는 격화하는 시위에 대처하기 위해 경찰의 새 수장에 친중(親中) 강경파를 임명하고 특수 훈련을 받은 경찰특공대 8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 국무원은 오는 18일 퇴임하는 스티븐 로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크리스 탕 경찰청 차장을 내정했다. 탕 차장은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타이드 라이더’ 작전의 총 책임자다. 그동안 6000여 발의 최루탄과 고무총에 이어 최근엔 실탄 사용까지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