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 트럼프 비난에 증시 하락…이낙연 테마주만 '강세' [한민수의 스톡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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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재부각
이낙연 국무총리 총선 역할론에 테마주↑
"1단계 합의가 임박했지만 '굿 딜'만 수용할 것이다. 중국보다 더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한 국가는 없다. 중국보다 더 사기친 나라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간밤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중국을 '사기꾼들(cheaters)'이라고 비난하며 대중국 무역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좋은 협상이어야 합의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면서 실망감을 줬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철회나, 합의안 최종서명 장소 발표 등을 기대했지만 관련 언급은 없었다. 이같은 실망감에 13일 한국 증시는 하락했다. 코스피지수가 0.86%, 코스닥이 0.49% 밀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주식을 순매도했다. 앞서 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전후로 등락을 거듭하다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하락세로 시작해 낙폭을 늘려나갔다.
홍콩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이었다. 홍콩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에 홍콩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과 경찰이 충돌했다. 여기에 중국 관영매체가 4개월 만에 다신 군 투입론을 들고 나오면서 홍콩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필요하다면 기본법에 따라 무장 경찰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경찰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다. 홍콩의 정세 불안이 아시아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홍콩 시위의 격화를 우려하고 있다. ◆ 이낙연 테마주 '강세'…서원 9%↑
이날 증시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테마주가 강세를 보였다. 서원 남선알미늄 남화토건 이월드 등이 4~9% 올랐다.
이 총리 테마주의 강세는 총선 출마 기대감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치인 출신 정부 인사의 총선 출마를 막지 않겠다는 뜻의 발언을 했다. 노 실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당에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놓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역대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한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물론 청와대 참모 중에서도 일부가 총선에 차출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총리는 총선 뿐 아니라, 강력한 대권주자로도 언급되고 있다. 지난 7~8일 코리아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총리는 지지율 24.2%로 차기 유력 대선주자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0.7%에 그쳐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관련 테마주들은 대부분은 학연과 지연 등으로 묶여있다. 서원은 최홍건 사외이사가 이 총리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고 전해진다. 최 사외이사는 이 총리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00~2004년 당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2002년 노무현대통령후보 정책특보 , 2003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선알미늄은 이 총리의 친동생인 이계연 씨가 계열 관계인 SM그룹 소속 삼환기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이유다. 이월드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이 총리와 같은 광주제일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남화토건은 남화산업의 계열사다. 남화산업은 이 총리의 지역구인 전남 무안에서 무안CC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 증시의 키는 위안화앞으로 증시의 방향은 위안화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상황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고, 위안화 강세가 신호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강세는 광군제에서 확인된 중국 소비에 대한 신뢰를 더해 줄 것"이라며 "이는 지난달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중국 소비 및 핸드폰 관련주의 펀더멘탈(기초체력) 개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핸드폰 관련주의 강세는 내년에 중국을 중심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기기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두 가지 경로로 한국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실물경기 개선 기대와 중국계 자금의 한국 유입 가능성이다.
박 연구원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6.32위안에서 6.15위안까지 절상됐던 2012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 시장으로 5조5000억원의 중국계 자금이 순유입됐다"며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를 완화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현재 주식 시황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위안화"라며 "시장이 상승추세라고 판단한다면 10월 상승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