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포항, 특별법 제정 시급"

지진 2년…이재민 텐트촌 생활 여전, 인구 유출 가속

트라우마 호소 등 심리 불안 지속
"지열발전소가 지진 촉발" 발표에도
이주·피해 보상 안 이뤄져 '분통'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임시텐트 221개 동에 이재민이 거주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1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2017년 11월 15일 흥해읍 일대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92가구 208명의 이재민이 텐트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체육관 밖에는 ‘난민보다 못한 지진 이재민’ ‘지진으로 다 죽은 포항 경제 살려내라’ 등 이재민의 애타는 심정이 들어 있는 현수막이 걸렸다.

인근 논에 조성된 희망보금자리 컨테이너 33개 동에도 55명이 살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공동주택은 예산과 보상 문제 등으로 재건축사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이 됐지만 포항시민은 여전히 지진 공포를 호소하는 등 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합동조사연구단이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내용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주와 피해 보상 등에 대한 정부 대책은 이뤄지지 않은 채 ‘지진 도시’라는 오명이 포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2017년 10월 51만9547명이던 인구는 지난 10월 51만3931명으로 2년 새 5616명 줄었다. 인구 통계 작성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던 2015년 11월과 비교하면 1만1347명이나 감소했다.
이강덕 포항시장
부동산 시장도 무너지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따르면 2012년 ㎡당 157만원 하던 아파트 매매가가 2015년 211만원까지 올랐으나 지진 이후에는 178만원대로 떨어졌다.

포항 6개 해수욕장의 여름철 피서객은 지난해 417만8135명이었으나 올해는 21만6048명으로 400만 명 가까이 급감했다. 포항시는 7월 말~8월 초 열던 포항국제불빛축제를 5월 말로 앞당겨 개최해 외래 피서객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진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시가 100억원을 들여 2017년 9월 개장한 송도동 캐릭터해상공원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김순견 희망경제포럼 원장은 “포항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10명 중 5명은 현재 경제상태가 외환위기 때보다 나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김경대 한동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시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부동산 가치 하락, 인구 유출, 소비 침체 등 유·무형 피해를 포함하면 총 피해액은 14조원을 넘어선다”며 “지진도시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물경제 부양에 관한 정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국회의사당 인근에는 3000여 명의 포항시민이 상경해 포항 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정부와 포항지열발전, 지열발전소 운영업체인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1인당 하루 5000~1만원씩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인단만 1만3000명에 이른다.

이강덕 시장은 “들끓는 포항 민심을 잡기 위해 신속한 피해 구제와 이재민의 주거 안정, 파손된 건물 복구와 특별도시재생 사업 등을 보장하는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발의한 5건의 특별법안은 아직 법안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시장은 “포항이 지진을 훌륭하게 극복한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