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한국 생산 줄이고 수입차 판매 늘릴 것"

판매전략 대대적 변경 불가피

브랜드 파워 약화에 대응
수입차 업체로 이미지 변신
르노삼성자동차가 삼성 브랜드와의 결별을 계기로 국내 생산 규모를 줄이고 수입차 판매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 증가에 많은 도움을 준 게 사실”이라며 “르노삼성은 판매 전략을 대대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 SM3와 SM5, SM6, SM7, QM3, QM6, 트위지, 클리오, 마스터 등 9종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SM3와 SM5, SM6, SM7, QM6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QM3와 클리오, 마스터는 수입해 판매한다. 트위지는 중소기업(동신모텍)에 생산을 위탁했다.

최근 르노삼성은 국내 생산 차종을 줄이고 수입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SM3와 SM5, SM7은 올해 단종했다. 내년부터 크로스오버차량 XM3를 생산한다고 해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파는 차량은 세 종류밖에 안 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올해부터 소형 버스 마스터를 수입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내년 8월부터 사명에서 ‘삼성’을 떼어내면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일부 소비자는 르노삼성차가 삼성그룹이 생산한 차라고 생각할 정도로 삼성의 브랜드 파워는 막강하다”며 “르노 독자 브랜드로는 국내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르노삼성은 아예 수입차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조성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노삼성이 일부 르노 모델을 추가로 수입해 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한국GM은 이미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 국내 생산 차종을 줄이는 대신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수입차 종류를 늘리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아예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반복되는 노조 파업과 늘어나는 인건비 등으로 국내 생산의 이점이 줄어드는 데다 많은 소비자가 수입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선 르노삼성이 이미 삼성 브랜드를 떼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5월 국내 시장에 클리오를 내놓으면서 ‘태풍의 눈’을 형상화한 르노삼성 엠블럼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형태의 르노 엠블럼을 붙였다. 매장의 고유 색상도 삼성을 상징하는 파란색에서 르노그룹이 쓰는 노란색으로 바꿨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내부에서도 더 이상 삼성에 거액의 브랜드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다만 신차가 없는 상황이라 내수 판매가 급감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