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지소미아 이어 전작권까지…美, 대놓고 '동시다발 압박'
입력
수정
지면A6
주한미군사령관 기자회견…커지는 한·미 안보현안 시각차미국의 군 수뇌부가 한·미 동맹과 관련한 핵심 현안을 놓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까지 언급하며 연일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3대 현안 모두 한·미 간 입장차가 뚜렷해 자칫 ‘한·미 동맹 이상설(說)’이 표면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조건'에 방점
지소미아·방위비도 파상공세
한국군 역량 평가 앞둔 시점인데…한·미 군당국은 14일 서울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리는 제44차 한·미 군사위원회(MCM) 회의에서 지난 8월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에서 시행한 전작권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결과 보고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13일 일본을 거쳐 방한했다.
양국 합참의장은 15일 열리는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검증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SCM 회의에서는 이를 토대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훈련 시기와 이를 준비하기 위한 추진 일정을 논의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합당한 조건이 갖춰져야만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강조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에이브럼스 장군의 언급은 한·미가 IOC 검증에서 한국군의 지휘력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렸지만 세부 사항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전작권 환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41주년 기념식에 보낸 축전에서도 “전작권 전환과 미래 연합사 구성에 심혈을 기울여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내는 주역이 돼주시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2014년 전작권 전환의 필요 조건으로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 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의 합의를 했다.
전문가들은 핵 능력을 갖춘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건 미국의 핵 우산밖에 없는데, 이는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할 수 없는 미국의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의 추가 도발 시 전작권 전환 시기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지소미아 종료 철회 압박도 거세질 듯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소미아 연장 및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가 강하지 않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외부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한국을 분리시키는 것은 명백히 중국과 북한에 이익”이라고 말했던 마크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었다.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SCM에 참석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14일 방한해 비슷한 압박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는 더 낼 능력이 있고 더 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내는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한국인 군무원들의 급여, 주한미군 관련 각종 공사비 등에 쓰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세금이 결국 한국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청와대는 미국 측의 연이은 압박에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한·미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미국 측에서 무리한 방위비를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에 외교안보 전문가가 아닌 통상전문가를 택한 것도 ‘도널드 트럼프의 방위비 청구서’에 효과적으로 맞서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측은 지소미아 종료 역시 “한·미 동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러나 “지소미아가 오는 23일 0시 종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미군 수뇌부가 한국에 집결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미 동맹은 물론 한반도 안보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상황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락근/박재원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