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문 안닫혔네'…'발 동동' 수능 수험생 수송에 한파 속 진땀

순찰차·택시·봉사 오토바이 고사장 주변서 대기하며 수험생 데려다줘
수험생이 두고 간 '수험표' 무사 전달…준비물 잊은 수험생에 시계 건넨 공무원
사건팀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예년처럼 입실 완료 시각을 앞두고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고사장을 찾지 못해 당황한 수험생이 속출했다.이날 서울 지하철 서대문역 인근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 수송을 도울 경찰차와 경찰 오토바이 여러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수험생 수송 지원 차량'이라는 문구를 부착한 택시도 3∼4대 정도 보였다.

입실 완료 시각인 오전 8시 10분을 15분 앞둔 오전 7시 55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 앞에는 인근 지구대 순찰차에서 내린 남학생 2명이 학교 정문 안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오전 7시 52분께 서대문역 인근에서 구청이 제공한 수송 차량에 올라탄 한 학생은 긴장된 탓인지 굳은 표정이었다.

초조한 표정을 보이던 그는 계속 시계만 보고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오전 8시가 지나 겨우 차를 탄 한 남학생은 "인창고에 가야 하는데 늦잠 잤어요.이 차 타면 될까요?"라고 말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8시 8분께 경찰과 함께 용산구 용산고에 도착한 한 학생은 "시간이 촉박한데 길을 헷갈렸다"며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가방끈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부리나케 뛰었다.

종로구 경복고에서는 오전 8시 10분께 교문이 닫혔지만, 학생이 가까스로 들어가기도 했다.애초 이 학생은 학교 후문으로 갔다가 문이 잠겨 있자 행정실로 전화해 입실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고로 학생을 태워줬다는 한 경찰관은 "학생이 수능에 늦었다고 신고를 해서 열심히 달렸다.

학생이 수험장에 못 들어갈 줄 알고 낙담했는데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입실 시각을 넘겨 뒤늦게 나타난 수험생도 곳곳에서 보였다.

오전 8시 25분께 여의도고에 도착한 한 수험생은 학교 관계자에 수험표를 보여준 뒤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내 도착한 학생 1명도 뛰지 않은 채 천천히 고사장으로 향했다.

반면, 8시 30분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에서 내린 수험생 2명은 차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뛰어갔다.

여의도고 교문은 국어 영역이 시작하는 오전 8시 40분께 모두 닫혔다.

학생이 두고 간 수험표를 전해주러 경찰이 나선 경우도 있었다.

구로구에 있는 한 편의점에 '수능 수험표를 두고 갔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입실 시간을 10여 분 앞두고 여의도고에 도착해 학생에게 무사히 전달했다.

수능 준비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학생에게 관할 구청 공무원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구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0분께 광진구 자양고 입구에서 한 여학생이 주변에서 교통통제를 하던 공무원에게 '시계를 빌려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여학생의 간절한 표정을 본 광진구청 교통지도과 안상돈(41) 주무관은 "나중에 광진구청 교통지도과로 가져다달라"며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흔쾌히 풀어줬다.안 주무관은 "시험 봐야 할 학생 사정이 급해 보여 풀어줬을 뿐"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