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홍콩…15세 소년·70대 노인 중태에 추락사까지

시위대·경찰·친중파 주민 충돌 격해지면서 부상자 속출
캐리 람 긴급대책 회의…"선거 연기·야간통금·계엄령 가능성"
나흘째 '교통대란'…대학서는 학생 시위대, 경찰과 충돌 이어져
美, '신규 제재' 언급하며 中 압박…법원 방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져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 친중파 주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상까지 입었다.14일에도 홍콩 시위대가 대중교통 운행 방해 운동에 나서면서 '교통대란'이 벌어졌으며, 대학가에서는 학생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고 경찰의 총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나흘 연속 벌이고 있다.

직업훈련학교에 다니는 21살 남성 차우 씨는 11일 사이완호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졌고,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시위대와 경찰, 친중파 주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중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날 밤 틴수이와이 지역에서는 시위 현장에 있던 15세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이 소년은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돼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위중한 상태이다.성수이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돌에 머리를 맞은 70대 노인이 중태에 빠졌다.

전날 20여명의 지역 주민은 성수이 지하철역 부근 도로에서 시위대가 설치해둔 벽돌을 치우고 있었으며,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20여명이 나타나자 이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콰이청 지역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30세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경찰은 그가 빌딩에서 추락사했으며, 의심이 가는 점은 없다고 밝혔으나 아직 명확한 사망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

홍콩 의료당국은 전날 시위 현장에서 5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최연소자는 1살, 최고령자는 81살이다.

전날 밤 10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주요 각료들과 함께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한 소식통은 이 회의에서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 '긴급법'을 확대 적용해 야간 통행 금지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매튜 청 정무부총리는 이날 입법회에서 "전날 밤 회의에서 이번 위기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했다"며 "다음 한 주가 24일 선거 연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이 끊기고 시위대가 돌 등을 던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고 말해 선거 연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홍콩 시위대는 이날도 '여명(黎明·아침) 행동'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나흘째 벌였다.

시위대는 전날 밤 홍콩 내 곳곳의 철로 위에 돌이나 폐품 등을 던져 지하철 운행을 막았다.

훙함역 인근에는 시위대가 선로 위에 불이 붙은 물체를 던졌다.

이날 아침 시위대는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쳤으며, 이로 인해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의 대중교통 방해 운동으로 동부 구간 노선 운행이 일부 중단되는 등 홍콩 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몽콕, 사틴, 사이완호, 타이포 등 여러 지하철역도 폐쇄됐으며, 65개 버스 노선의 운행도 중단됐다.

전날 밤 시위대가 터널 입구 요금소에 화염병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크로스하버 터널은 폐쇄됐다.

이 터널은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다.

홍콩대, 중문대, 침례대학 등 홍콩 내 주요 대학에는 학생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아침 홍콩이공대학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고, 학생들은 돌, 화염병 등은 물론 활, 화살 등을 동원해 이에 맞섰다.

이날 홍콩대학 교정은 폐쇄됐으며, 시립대학은 이날 예정됐던 졸업식을 취소했다.

대학가 시위 사태가 격화하면서 한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과 대만, 미국, 영국 등 여러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이 귀향을 서두르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 중문대와 가까운 사틴 지역 지하철역 시설을 훼손했고, 센트럴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언쟁을 벌이던 남성을 구타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홍콩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경찰의 대학 내 진압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가 더 많은 혼란과 시위를 만들려는 전략인지 불안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CECC는 중국 정부를 향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새로운 제재 등, 홍콩의 자치를 훼손하는 추가적 조치를 취하는 데 따라 예상되는 손실을 고려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시위대가 전날 사틴 법원의 화단 등에 불을 지른 것과 관련, 홍콩변호사협회는 "독립된 사법기관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이보다 법치를 좀먹는 행위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홍콩율사회는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사법부를 위협하는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

법치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라고 밝혔고, 경찰도 "시위대가 사법부 독립을 노골적으로 훼손하고 법치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홍콩경찰은 또 이날 브리핑에서 시위대의 교통 방해 행위 등에 대해 "테러리즘에 한발짝 더 다가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시위대는 중문대학을 무기공장으로 바꿨다.

그들은 활과 투석기 등 공격용 무기, 화염병을 대량으로 만들어 보관했다"면서 "이러한 걱정스러운 상황이 다른 대학들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진압과정에서 최루탄 578발, 고무탄 471발 등을 썼으며 시위대와 충돌로 경찰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 홍콩스타디움에서는 홍콩과 바레인의 월드컵 예선전이 열릴 예정이다.홍콩축구협회는 티켓 구매자가 교통 사정 때문에 관람이 어려울 경우 환불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