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소년가장 수능 수험생, 경찰 도움으로 고사장 입실

27㎞거리 시험장까지 경찰이 교통편 제공…"형편 넉넉지 못해 도움 요청"

대중교통이 불편한 시골 마을에서 조모와 함께 사는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약 27㎞ 떨어진 도심 고사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인 14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께 충북 충주시 소태면의 한 시골 마을 단독주택에 경찰 순찰차가 등장했다.

이 마을은 면사무소에서도 2㎞ 넘게 떨어져 있고 주민 70여명이 사는 산간 마을이다.

A(18)군은 할머니 B(71)씨를 모시고 이 마을에 살고 있다.이 마을에는 버스가 1시간에 1대꼴로 지난다.

약 27㎞ 떨어진 충주 도심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한두차례 갈아타야 하고 2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3만원가량의 요금이 든다.이른 아침 손자를 충주 도심 고사장까지 태워다주려고 온 순찰차를 본 B씨는 경찰관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A군은 고사장인 충주고까지 이른 아침 갈 길이 막막해 전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충주경찰서 엄정지구대 순찰차는 하청마을에서 A군을 태우고 8.5㎞ 떨어진 지구대로 호송했다.엄정지구대부터 고사장인 충주고까지는 정태웅 경위가 개인 자가용으로 태워다줬다.

경찰 관계자는 "순찰차가 지구대 관내를 벗어나 충주 도심으로 갈 경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신고 출동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충주고까지는 정 경위가 개인차로 호송을 했다"고 설명했다.

제시간에 고사장에 도착한 A군은 무사히 수능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정 경위는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이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모습이 기특했다"며 "교통편의 제공은 도움을 청한 시민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충북 경찰은 이날 오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모두 16건의 신고를 받아 수험생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했다고 집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