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손정의 '의기투합'…"공동의 적 구글·아마존 잡자"

네이버 라인-소프트뱅크 야후재팬 '공동 경영' 합의

日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와
日 최고 포털사이트 손잡아
양사 이용자만 1억3200만명
'규모의 경제'로 美·中 적극 공략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이 손을 맞잡는다. 단순한 업무 협력이나 공동 투자를 넘어 두 기업이 공동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은 물론 글로벌 인터넷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초유의 공동 경영1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라인과 야후재팬은 경영 통합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의 지분 73%를 보유하고 있다. 야후재팬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로 40% 지분을 갖고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50%씩 출자해 새로운 회사(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된 지주회사 밑에는 ‘Z홀딩스’라는 법인을 두고, Z홀딩스가 라인과 야후재팬을 지배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두 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법인은 그대로 둔 채 공동 경영하는 구조다.

양사의 통합 경영은 일본 인터넷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와 1위 포털사이트 업체가 한배를 타기 때문이다. 라인(8200만 명)과 야후재팬(5000만 명)의 이용자를 더하면 1억3200만 명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경쟁사를 찾기 어려운 거대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한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은 물론 미국, 유럽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두 기업의 공동 경영 움직임은 충격적이라는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의 반응도 나온다. 그동안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였다.

최근에는 성장성이 큰 일본의 간편결제 시장을 놓고 두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해 말부터 수천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간편결제 이용자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마케팅비 영향으로 라인은 적자를 기록했고, 모회사인 네이버의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맞아떨어진 이해관계이런 가운데 두 기업의 밀월관계도 유지돼 왔다. 라인은 지난해 알뜰폰을 운영하는 라인모바일의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겼다.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의 중국법인 스노우차이나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양사는 또 ‘에스비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 ‘차이나벤처스펀드’ 등도 함께 조성해 세계 곳곳의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지난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국내 기업인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 GIO가 일본에서 손 회장과 직접 만나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경영 방안은 소프트뱅크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은 소프트뱅크 간부를 인용해 “손 회장이 야후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알리바바’를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의 최대 투자처다. 손 회장의 오랜 투자 경력 가운데 최대 성공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다.이번 공동 경영 움직임도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알리바바, 텐센트 등 미국과 중국의 거대 IT기업들이 전자상거래, 동영상 서비스 등 일본 인터넷 시장을 거세게 공략하고 있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기업 간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소모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IT업계 관계자는 “평소 인공지능(AI)을 강조한 손 회장이 네이버의 우수한 AI 기술과 관련 인력을 보고 이번 협력을 추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기술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에는 AI 인재들이 몰려 있다. 프랑스의 네이버랩스 유럽에는 AI 관련 논문 인용 건수가 1만 건 이상에 달해 ‘신의 영역’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 연구자 세 명이 소속돼 있다.손 회장은 “일본은 AI 후진국이기 때문에 (일본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