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지' 대자보 잇단 훼손에 대학가 팽팽한 긴장감

연세대생들, 현수막 훼손 사건 고소…한양대·고려대 학생들도 "대응 검토"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들 한때 대치…일부 유학생들 '김정은 만세' 쪽지 붙이기도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확산하면서 반발하는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들이 충돌하는 양상까지 나타나는 등 학기 말을 앞둔 대학가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은 대자보 훼손이 계속되면 형사 대응까지 고려하겠다며 경고했다.

14일 정오께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문과학관 1층 한쪽 벽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과 함께할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와 홍콩 시위를 응원하는 60매가량의 포스트잇이 부착돼 있었다.

대자보를 붙인 한양대 학생들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홍콩 시민에 전하는 응원 문구를 적어달라고 요청했다.점심시간이었지만 1시간도 안 돼 2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가와 손글씨로 지지를 표현했다.

이곳은 전날 차려진 한양대판 '레넌 벽'이다.

1980년대 체코 반정부 시위에서 유래한 '레넌 벽'은 현재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메시지를 적는 용도로 곳곳으로 퍼졌다.최근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에 의해 서울대 등 대학가에도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 전날 오후 3시께부터는 대자보 소식을 듣고 모여든 중국인 유학생 50여명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한국인 학생 10여명과 대치하기도 했다.

험악한 분위기는 저녁까지 이어졌다.유학생들은 욕설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대 및 인근 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학생들은 대자보 주변에 '하나의 중국, 분할은 용납하지 않는다', '홍콩 독립 절대 반대' 등이 적힌 종이와 '김정은 만세' 같이 한국을 겨냥한 포스트잇을 대자보 위에 수십장 붙이고 자리를 떠났다.

대자보 작성자 중 한 명인 사학과 김지문(23·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소속)씨는 14일 "대자보를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함께 붙여두었다.

일단 중국어로 된 메시지들을 떼지 않고 있는데, 법적으로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학생들이 관련된 상황인 데다 이미 충돌 사건이 한 차례 발생한 만큼 관할 경찰서도 물리적 충돌 등이 이어질까 우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콩 시위 지지 의사를 담은 대자보나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례는 최근 여러 대학에서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게시됐던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중국어를 쓰는 사람이 포함된 이들에 의해 잇따라 무단 철거되자 현수막을 내건 측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일도 있었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는 지난 11일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그날부터 날마다 훼손과 보수를 반복하고 있다.

훼손이 중국 국적 학생들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게시판과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한국인 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 간의 홍콩 관련 논쟁도 이뤄지고 있다.

고려대 김동윤(23·정의당 고려대 학생위원장)씨는 "어제(13일)도 충돌이 있었고 대자보가 뜯긴 것 같다"며 "뜯지 말라고 경고문을 붙였는데 계속 훼손이 이어지면 법적 대응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자보 등 훼손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대학가의 홍콩 시위 지지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한국외대와 성공회대에 이번 주 이미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붙은 데 이어 동국대와 국민대 학생들도 '레넌 벽' 설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