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력에 밀려 기재부가 역할 포기"…전문가들 "재정 문지기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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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지자체·감사원 정보공유전문가들은 현금성 복지 지원 사업이 중복으로 이뤄지는 원인으로 재정의 문지기 역할을 해야 할 기획재정부가 ‘게이트 키퍼’ 역할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종합적 복지관리시스템 만들어야"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처별 특수한 성격의 사업이 아니라 누가 봐도 비슷한 사업을 각 부처가 따로 추진하는 건 세금 낭비”라며 “기재부가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의 압력으로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금성 복지가 각 부처에서 중복으로 시행되는 건 ‘예산은 곧 힘’이라는 부처 이기주의와 ‘복지’라는 이름표가 붙으면 쉽게 예산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도 한몫한다”고 했다.다른 전문가도 예산 편성의 실무 책임을 맡은 기재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하지만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서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금 지급 형태의 복지는 종합적으로 관리해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며 “다른 일반 예산 사업보다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중복돼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과 수급자 간 형평성 문제가 모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금성 복지 사업의 중복 여부를 걸러내는 시스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부 회계감사를 맡은 감사원까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같은 내용의 현금 지원 사업이 우후죽순으로 추진되는 것은 ‘부실한 인프라’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이해관계, 지방자치단체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한 장치로 “현금성 지원 사업 유형에 따라 중앙정부는 예산 편성만 하고 집행은 지방정부가 하거나, 중복 방지를 점검할 중앙 단위의 심사 절차 마련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