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못 넓히는 '黃의 리더십'…한국당 안팎서 '설왕설래'

'황교안 체제'260일…한국당, 총선 앞두고'부글부글'

탄핵 문제에 10개월째 침묵
오락가락 행보에 소통 논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이지만 “이대로는 필패(必敗)한다”는 기류가 뚜렷하다. ‘보수 통합’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조국 사태’ 이후 반등했던 당 지지율도 ‘박찬주 영입’ 논란 등을 거치며 원위치했다. 한국당 인사들은 황 대표 리더십을 끌어올리고 당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극복 과제로 ‘박근혜 탄핵 문제’ ‘깜깜이 의사결정’ ‘정치적 확장성 한계’를 꼽는다.

탄핵 문제에 10개월째 묵묵부답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지금 풀 사안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든데 그 매듭을 풀려고 주저앉으면 되겠나.” 황 대표가 지난 2월 27일 취임 직후 한 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는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계 간 해묵은 계파 싸움과 맞물려 있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황 대표는 그로부터 260일이 지나도록 탄핵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극복할 것인지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그는 지난 ‘2·27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탄핵에 대해 찬성(O)도, 반대(×)도 아닌 어중간(△)한 의견을 내놔 ‘황세모’란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6일 보수 대통합 기자회견에서도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만 했다.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계파 갈등과 총선 전 당이 분열되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탄핵 문제를 ‘침묵’으로 넘어가려는 것 아닌가 싶다”며 “당대표가 아무 말이 없으니 당내 누구도 ‘이제 탄핵에 대해 매듭을 짓자’고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을 용인하면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이 요원해지고, 부인하면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와 합치는 게 어려워진다는 것도 고민을 더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탄핵 문제를 이대로 묻어두다가는 내년 총선 직전 더 큰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문제가 정리돼야 보수 통합은 물론 총선 공천도 이뤄질 수 있다”며 “중도층이 ‘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고 그쪽으로 방침을 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당내 쓴소리 외면’도 문제당 구성원들과의 소통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29일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을 ‘1호 영입 인재’라고 언론에 소개했다가 당내 반발로 하루 만에 영입이 보류된 게 대표적 사례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영입에 대해 당 최고위원들과도 별다른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황 대표가 치열한 토론 과정 없이 일부 측근 말만 듣고 1차 인재 명단을 만들어 ‘박찬주 역풍’을 자초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 인적 쇄신과 관련해 원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황 대표의 ‘깜깜이 의사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당 신(新)정치특별위원회가 인적 쇄신 방안을 보고했지만, 황 대표는 아직도 최종 발표를 미루고 있다. PK(부산·경남) 지역 한 의원은 “어떤 원칙을 갖고 쇄신할 건지, 시기는 언제가 될지에 대한 당대표 생각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뚜렷한 소신 없이 ‘오락가락 행보’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달 24일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충돌’ 사태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가 ‘현역 기득권 챙겨 주기’란 반발에 직면하자 “생각해본 적 없다”며 방침을 바꿨다.중도층 흡수를 위한 외연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넘어야 할 숙제다. 황 대표는 당 지도부 상당수를 영남권 의원으로 기용하는 등 지역적 ‘텃밭’인 영남권 중심의 당 운영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헌형/고은이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