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LS사고 났다고 사모펀드 다 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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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민주당 의원 작심 비판“(금융위원회 규제안은) 정부가 국민의 선택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후진적 관치 금융의 행태다.”
"은행 판매 금지 규제는
국민 선택권 일방 제한
후진적 관치금융 행태"
지난 14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당정협의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의 한 회의실.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은 “우려하던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나왔다”고 지적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여당의 경제정책 분야를 담당하는 최 의원을 포함한 여당 의원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강력한 규제책을 들고나온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후 몇몇 여당 의원도 금융위원회 규제안에 불만을 표시했다. 최 의원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사고가 터진 뒤 산업을 완전히 말살시킬 정도의 건별 사후 규제를 내놓는 건 문제가 있다”고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무엇보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은 허용)’로 전환하고 있는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금융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규제를 풀어 다양한 상품을 개발·판매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손해배상 등 사후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 된다”며 “이번 대책은 펀드 시장의 씨를 초기부터 말려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위는 14일 원금 손실이 최대 30% 이상 날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금지하고,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 요건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DLS 사태’ 방지책을 발표했다.
최 의원은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과도 결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위험 상품’이란 기준 자체가 모호한 탓에 보수적인 은행들은 사모펀드 판매 자체를 꺼릴 것”이라며 “결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줄고, 피해는 혁신 기업들이 볼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대책, 펀드시장 씨 말려버리는 것"
자본시장 전문가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재발 방지 대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은행에서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시키는 건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후진적 금융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읍·면 단위의 시골뿐 아니라 중소도시에도 증권회사 지점이 없는 곳이 많다”며 “은행과 거래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투자 상품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역시 본지 기자와 만나 “은행에서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못한다고 증권사가 그 몫을 다 가져갈 순 없다”며 “결국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 조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고액 자산가들만 혜택을 본다는 아우성에 투자 한도를 1억원으로 낮춘 게 불과 4년 전”이라며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사고가 났다고 화들짝 놀라 규제를 강화하는 정부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도 “규제 완화 기조 유지와 함께 혁신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높여선 안 된다”며 “불완전판매 시 펀드를 환불하는 ‘펀드 리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정부 규제 강화는 결국 사모펀드 시장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 후 2009년 127조원에 불과했던 전체 사모펀드 투자액(출자 약정액)은 올 6월 말 461조원으로 네 배 가까이로 커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