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11번 정상회의로 연륜…트럼프에 맞서 다자주의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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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 확대 가능성 열어…개발은행 확대로 위상 강화 모색
보우소나루 親美행보는 잠재 갈등요인…국제현안서 엇박자 낼수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으로 이루어진 브릭스(BRICS)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연결고리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위상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는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애셋 매니지먼트 대표가 지난 2001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어 국가명 첫 글자를 합쳐 만든 표현이다.
포럼 형식으로 운영되던 브릭스는 2009년부터 해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남아공이 합류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브릭스 5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13조6천100억 달러, 인도 2조7천300억 달러, 브라질 1조8천700억 달러, 러시아 1조6천600억 달러, 남아공 3천700억 달러다. 전 세계 인구의 41%, 경제성장의 43%, 생산의 33%, 무역의 18%를 차지한다. 이처럼 몸집이 한껏 부풀어 오른 브릭스가 13∼14일(현지시간) 이틀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이루어진 제11차 정상회의를 통해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브릭스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라는 기치 아래 밀어붙이는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확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정상회의를 마치면서 채택된 '브라질리아 선언'도 시장개방과 공정하고 차별 없는 무역, 유엔·세계무역기구(WTO)·IMF 등 국제기구 개혁이 핵심 내용을 이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역시 관심의 초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맞춰졌다.
집권 초기만 해도 '중국 견제론'을 주장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경제협력국이며 점점 더 브라질 미래의 일부가 되고 있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은 세계 모든 국가와 좋은 거래를 하기를 바란다"며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의 무역 분쟁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상회의에 앞서 만난 시 주석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브라질의 투자협력프로그램(PPI)을 연계하는 방안에 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사실상 브라질의 일대일로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시 주석은 농업, 에너지, 광업, 석유·가스, 전력, 인프라, 과학기술, 혁신, 디지털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자는 제의로 선물을 안겼다. 여기에 브라질 정부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상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 것도 일대일로 확대를 위한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과 브라질과 단독으로 또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글로벌 무역 판도가 달라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또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을 확대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NDB는 지난 2015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정식으로 발족했으며, 신흥국과 개도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금융지원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자본금은 현재 53억 달러 수준이며 2022년까지 100억 달러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릭스는 NDB 회원국을 늘려 명실상부한 신흥국 금융기관으로 키운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브릭스 5개국이 각각 3∼4개국을 신규 회원으로 끌어들여 회원국을 20개국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거론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칠레와 콜롬비아, 우루과이, 페루 등이 참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언제든 친미(親美) 행보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브릭스는 잠재적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리아 선언'에서 북한 핵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진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민감한 국제 현안에서 브릭스 정상들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지난 7일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봉쇄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대한 유엔총회 표결에서 브라질은 처음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편에 섰다.
결의안은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찬성 187표, 반대 3표로 채택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최근에는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으나 그동안 워낙 친미-친 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탓에 언제든 다른 브릭스 정상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브릭스 공조는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연합뉴스
보우소나루 親美행보는 잠재 갈등요인…국제현안서 엇박자 낼수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으로 이루어진 브릭스(BRICS)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연결고리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위상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는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애셋 매니지먼트 대표가 지난 2001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어 국가명 첫 글자를 합쳐 만든 표현이다.
포럼 형식으로 운영되던 브릭스는 2009년부터 해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남아공이 합류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브릭스 5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13조6천100억 달러, 인도 2조7천300억 달러, 브라질 1조8천700억 달러, 러시아 1조6천600억 달러, 남아공 3천700억 달러다. 전 세계 인구의 41%, 경제성장의 43%, 생산의 33%, 무역의 18%를 차지한다. 이처럼 몸집이 한껏 부풀어 오른 브릭스가 13∼14일(현지시간) 이틀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이루어진 제11차 정상회의를 통해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브릭스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라는 기치 아래 밀어붙이는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확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정상회의를 마치면서 채택된 '브라질리아 선언'도 시장개방과 공정하고 차별 없는 무역, 유엔·세계무역기구(WTO)·IMF 등 국제기구 개혁이 핵심 내용을 이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역시 관심의 초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맞춰졌다.
집권 초기만 해도 '중국 견제론'을 주장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경제협력국이며 점점 더 브라질 미래의 일부가 되고 있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은 세계 모든 국가와 좋은 거래를 하기를 바란다"며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의 무역 분쟁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상회의에 앞서 만난 시 주석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브라질의 투자협력프로그램(PPI)을 연계하는 방안에 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사실상 브라질의 일대일로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시 주석은 농업, 에너지, 광업, 석유·가스, 전력, 인프라, 과학기술, 혁신, 디지털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자는 제의로 선물을 안겼다. 여기에 브라질 정부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상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 것도 일대일로 확대를 위한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과 브라질과 단독으로 또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글로벌 무역 판도가 달라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또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을 확대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NDB는 지난 2015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정식으로 발족했으며, 신흥국과 개도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금융지원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자본금은 현재 53억 달러 수준이며 2022년까지 100억 달러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릭스는 NDB 회원국을 늘려 명실상부한 신흥국 금융기관으로 키운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브릭스 5개국이 각각 3∼4개국을 신규 회원으로 끌어들여 회원국을 20개국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거론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칠레와 콜롬비아, 우루과이, 페루 등이 참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언제든 친미(親美) 행보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브릭스는 잠재적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리아 선언'에서 북한 핵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진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민감한 국제 현안에서 브릭스 정상들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지난 7일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봉쇄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대한 유엔총회 표결에서 브라질은 처음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편에 섰다.
결의안은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찬성 187표, 반대 3표로 채택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최근에는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으나 그동안 워낙 친미-친 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탓에 언제든 다른 브릭스 정상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브릭스 공조는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