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윤이상이 아내에게 쓴 손편지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 출간

"우리의 아름다웠던 봄풀이 싹틀 때 시냇가에서 우리 식구들의 소요(逍遙)가 생각나는구려. 이런 즐거운 생활은 내가 작품을 써서 유명하게 되는 것에 지지 않을 만치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 나의 마누라, 내가 당신을 알뜰히 생각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당신과 같이 고국의 산천을 헤매고 있소."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윤이상도 외로운 시기가 있었다. 윤이상은 1956년 마흔에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유학을 떠났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는 아내에게 글을 썼다.

최근 출간된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은 윤이상이 유학 시절에 쓴 글을 모은 서간집이다. 1956년부터 1961년까지 5년간 아내 이수자에게 보낸 수백 통의 절절한 편지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유학 생활의 외로움과 생활고에서도 빛나는 음악에 대한 깊은 열망이 담겨있다.

윤이상에게 아내는 가족의 일원일 뿐 아니라 일과 예술, 철학 전반을 공유하고 상의하는 지적 동반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편지에는 가족의 내밀한 사생활 뿐 아니라 예술가 윤이상의 생각, 철학, 감수성, 음악가로서의 도전 과정까지 생생하게 담겼다. 꼼꼼하기로 유명했던 윤이상은 매주 꼬박꼬박 편지에 자신의 건강부터 일상, 작곡 중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과 당부,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고국에 대한 걱정까지 세세하게 적었다.

편지는 유가족 뜻에 따라 약 6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남해의봄날, 320쪽,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