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 심사서 벌어진 '공부 논란' [임도원의 여의도 백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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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는 난데 없는 ‘공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야당 예결소위 의원들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해 감액을 요구했습니다. 국토부가 원안 유지를 주장하면서 야당 측과 정부 측 간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후화가 심하니 투자해야한다는 기본 방향은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돈을 쓰면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교통연구원 자료를 보면 안전등급이 상승한 비율이 5.3%밖에 안되고 32%는 등급이 하향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노후 SOC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목표로 하는 안전등급을 개선하는 건 어떻게 할거냐”라고 물었습니다.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교통연구원 자료와 관련해 “시설 보수가 총 6만5000개의 관리대상시설을 말한 것”이라며 “근데 그중 4만개는 민간 보유 건축물이라 정부 재정보조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송 의원은 다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후 SOC 관리를 위한 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니 예산 소요가 여기 나온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재정 소요가 크다는 걸 제출해야하는데 왜 안하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국당의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박 차관에게 “답변을 잘못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는데 공부를 좀 하든가”라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제로에너지건축 신사업육성 예산 관련한 질의응답을 마치고 정회하면서도 박 차관에게 “또 답변이 부실했다”며 “공부 좀 2시간 동안 해서 (오후에) 들어오라”고 주문했습니다.
오후에 속개된 예결소위에서도 ‘공부 발언’은 이어졌습니다. 수소도시 예산과 관련해 박 차관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김 위원장은 다시 “점심 시간에 공부하라니까 공부 안하고…”라고 지적했습니다.이에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관이 그래도 전문가인데 위원장이 공부하라는 얘기는 잘못된 발언 같다”고 문제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김 위원장은 박 차관의 다른 답변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다했더니 창의성만 느는 거 같구만”이라고 비꼬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예의없는 발언을 한 것인지, 박 차관이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답변을 제대로 못한 것인지는 판단이 다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한국당은 작년에도 이렇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 부처를 강하게 몰아부치는 듯 했지만, 정작 정부가 제출한 470조5016억원 예산안에서 9265억원 순삭감하는 데 그쳤습니다. 내년도 513조5000억원 규모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는 14조5000억원의 순삭감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결국 나눠먹기식으로 예산 심사가 진행되면서 ‘찔끔 삭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만약 올해도 그렇게 된다면 한국당이 예산 심사 방법을 ‘공부’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이날 야당 예결소위 의원들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해 감액을 요구했습니다. 국토부가 원안 유지를 주장하면서 야당 측과 정부 측 간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후화가 심하니 투자해야한다는 기본 방향은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돈을 쓰면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교통연구원 자료를 보면 안전등급이 상승한 비율이 5.3%밖에 안되고 32%는 등급이 하향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노후 SOC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목표로 하는 안전등급을 개선하는 건 어떻게 할거냐”라고 물었습니다.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교통연구원 자료와 관련해 “시설 보수가 총 6만5000개의 관리대상시설을 말한 것”이라며 “근데 그중 4만개는 민간 보유 건축물이라 정부 재정보조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송 의원은 다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후 SOC 관리를 위한 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니 예산 소요가 여기 나온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재정 소요가 크다는 걸 제출해야하는데 왜 안하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국당의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박 차관에게 “답변을 잘못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는데 공부를 좀 하든가”라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제로에너지건축 신사업육성 예산 관련한 질의응답을 마치고 정회하면서도 박 차관에게 “또 답변이 부실했다”며 “공부 좀 2시간 동안 해서 (오후에) 들어오라”고 주문했습니다.
오후에 속개된 예결소위에서도 ‘공부 발언’은 이어졌습니다. 수소도시 예산과 관련해 박 차관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김 위원장은 다시 “점심 시간에 공부하라니까 공부 안하고…”라고 지적했습니다.이에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관이 그래도 전문가인데 위원장이 공부하라는 얘기는 잘못된 발언 같다”고 문제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김 위원장은 박 차관의 다른 답변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다했더니 창의성만 느는 거 같구만”이라고 비꼬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예의없는 발언을 한 것인지, 박 차관이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답변을 제대로 못한 것인지는 판단이 다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한국당은 작년에도 이렇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 부처를 강하게 몰아부치는 듯 했지만, 정작 정부가 제출한 470조5016억원 예산안에서 9265억원 순삭감하는 데 그쳤습니다. 내년도 513조5000억원 규모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는 14조5000억원의 순삭감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결국 나눠먹기식으로 예산 심사가 진행되면서 ‘찔끔 삭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만약 올해도 그렇게 된다면 한국당이 예산 심사 방법을 ‘공부’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