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비혼주의가 저출생의 원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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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종료 공지가 내걸린 산부인과 앞에 '비혼 선언'이라고 쓰인 띠를 두른 여성이 무거운 표정으로 읊조린다.
"저출산 때문에 이런 변화까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저출생(※'저출산(産)'이라는 용어가 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의 책임을 모성에게 한정한다는 비판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저출생(生)'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아직 혼인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미(未)혼' 대신 '비(非)혼'이라고 쓰는 이유도 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데 따른 것입니다.
) 문제를 비혼을 결심한 여성에게 돌리는 듯한 내용이 어린이용 시사상식 잡지에 실려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잡지는 출생률 하락 현상을 다루면서 한 가상의 에피소드를 사용한다.
아이 셋을 가진 여성이 직장 부하인 비혼주의자 여성의 꿈에 나와 '저출생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한다.
그러자 비혼 여성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고민한다는 내용이 전개됐다. 이에 대해 "출산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데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여성만 전면에 내세운 것은 문제"(다음 카페 이용자 'Dony*** *****'), "산부인과가 아니라 여성의학과로 시대에 맞게 바뀌면 오히려 더 많은 여성이 찾을 텐데 (산부인과 폐업을) 비혼 여성 탓만 하는 것은 안일하다"(트위터 이용자 '리나*') 등의 비판이 나왔다. 출판사는 논란이 일자 홈페이지에 "편향된 시각을 담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독자가 보기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출판사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잡지를 읽은 어린이가 비혼을 선택하는 데 죄책감을 가질 수 있다' 등의 비판이 있었는데 비혼 선언자에게 출생률 저하의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저출산이 심각해지는 이유를 고민해 보자'는 토론 주제를 함께 싣는 등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사안임을 강조했다"고 해명했다. 최근 20∼30대 사이에서 비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비혼주의와 저출생이 결부되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이 잦다.
지난 9월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이 미혼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결혼 여부를 물은 뒤 "본인 출세도 좋지만, 국가발전에도 기여해달라. 출산율이 결국 우리나라를 말아먹는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는 "청문회에서 국민을 대표해 질의하는 국회의원이 여성을 출생의 도구로 본 충격적인 여성비하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최희 아나운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노잼희 TV'에 올린 '결혼 꼭 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에도 비혼 선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댓글을 단 이들 사이에서 비슷한 논란이 재현됐다.
한 누리꾼이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최 아나운서에게 "화목한 가정에서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평범하게 사는 것, 여자의 가장 큰 행복을 스스로 버리지 말라"는 댓글을 달자 "임신, 출산, 육아를 강요하지 말라"는 반박 댓글이 여럿 달렸다.
비혼인 신예희(44)씨는 "비혼주의에 대한 뜻을 밝힌 뒤 '비혼주의자 때문에 출생률이 낮아진다'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개인이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일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식물도 주변 기후가 불안정하면 쉽게 새잎을 틔우지 않는다"면서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사회라면 안심하고 둘이 될 것이고, 다시 셋 이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출생률 감소의 원인을 복합적으로 살펴야 하며 해결책 역시 개인이 아닌 사회가 나서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소형 연구위원은 "'IMF 사태' 이후 경제적 위기, 부계 중심적 사회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 등 복합적 맥락에서 저출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저출생을) 사회문화적 결과로 해석해야지 원인을 비혼으로 일축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사회를 보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 등이 나오면서 출생률이 소폭이지만 오른 바 있다"며 "혼외 가구, 동거 가구 등을 사회의 낙오자로 규정하고 차별하는 문화를 개선해 이들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는 이상 출생률이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출생률 하락의 원인은 비혼주의자가 늘어난 문화적 현상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인 복합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며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일자리의 질, 주거비용의 부담 등 경제 문제 개선과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이 실현되는 등의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저출산 때문에 이런 변화까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저출생(※'저출산(産)'이라는 용어가 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의 책임을 모성에게 한정한다는 비판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저출생(生)'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아직 혼인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미(未)혼' 대신 '비(非)혼'이라고 쓰는 이유도 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데 따른 것입니다.
) 문제를 비혼을 결심한 여성에게 돌리는 듯한 내용이 어린이용 시사상식 잡지에 실려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잡지는 출생률 하락 현상을 다루면서 한 가상의 에피소드를 사용한다.
아이 셋을 가진 여성이 직장 부하인 비혼주의자 여성의 꿈에 나와 '저출생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한다.
그러자 비혼 여성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고민한다는 내용이 전개됐다. 이에 대해 "출산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데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여성만 전면에 내세운 것은 문제"(다음 카페 이용자 'Dony*** *****'), "산부인과가 아니라 여성의학과로 시대에 맞게 바뀌면 오히려 더 많은 여성이 찾을 텐데 (산부인과 폐업을) 비혼 여성 탓만 하는 것은 안일하다"(트위터 이용자 '리나*') 등의 비판이 나왔다. 출판사는 논란이 일자 홈페이지에 "편향된 시각을 담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독자가 보기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출판사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잡지를 읽은 어린이가 비혼을 선택하는 데 죄책감을 가질 수 있다' 등의 비판이 있었는데 비혼 선언자에게 출생률 저하의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저출산이 심각해지는 이유를 고민해 보자'는 토론 주제를 함께 싣는 등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사안임을 강조했다"고 해명했다. 최근 20∼30대 사이에서 비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비혼주의와 저출생이 결부되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이 잦다.
지난 9월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이 미혼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결혼 여부를 물은 뒤 "본인 출세도 좋지만, 국가발전에도 기여해달라. 출산율이 결국 우리나라를 말아먹는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는 "청문회에서 국민을 대표해 질의하는 국회의원이 여성을 출생의 도구로 본 충격적인 여성비하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최희 아나운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노잼희 TV'에 올린 '결혼 꼭 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에도 비혼 선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댓글을 단 이들 사이에서 비슷한 논란이 재현됐다.
한 누리꾼이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최 아나운서에게 "화목한 가정에서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평범하게 사는 것, 여자의 가장 큰 행복을 스스로 버리지 말라"는 댓글을 달자 "임신, 출산, 육아를 강요하지 말라"는 반박 댓글이 여럿 달렸다.
비혼인 신예희(44)씨는 "비혼주의에 대한 뜻을 밝힌 뒤 '비혼주의자 때문에 출생률이 낮아진다'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개인이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일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식물도 주변 기후가 불안정하면 쉽게 새잎을 틔우지 않는다"면서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사회라면 안심하고 둘이 될 것이고, 다시 셋 이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출생률 감소의 원인을 복합적으로 살펴야 하며 해결책 역시 개인이 아닌 사회가 나서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소형 연구위원은 "'IMF 사태' 이후 경제적 위기, 부계 중심적 사회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 등 복합적 맥락에서 저출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저출생을) 사회문화적 결과로 해석해야지 원인을 비혼으로 일축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사회를 보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 등이 나오면서 출생률이 소폭이지만 오른 바 있다"며 "혼외 가구, 동거 가구 등을 사회의 낙오자로 규정하고 차별하는 문화를 개선해 이들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는 이상 출생률이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출생률 하락의 원인은 비혼주의자가 늘어난 문화적 현상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인 복합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며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일자리의 질, 주거비용의 부담 등 경제 문제 개선과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이 실현되는 등의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