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검사들에게 '관료화' 강요하는 법무부

법무부의 직접수사부서 축소 검토
마약·입찰 담합 등 수사 공백 우려

이인혁 지식사회부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기자들에게 취재해서 특종 보도하지 말고 보도자료만 가지고 기사를 쓰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죠.”

법무부가 지난달 검찰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를 폐지한 데 이어 최근 외사부, 강력부 등 41개의 직접수사 부서까지 대폭 축소하는 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한 현직 검사는 이같이 말했다.검찰은 고소·고발이 없어도 자체 정보망을 통해 범죄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데 이를 ‘직접수사’라고 한다. 범죄 성격에 따라 직접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마약범죄는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구매자나 유통상 등 관련자들이 고소·고발을 할 유인이 없다. 마약과 조직 사건 등을 다루는 강력부가 직접수사를 많이 하는 이유다. 강력부와 공정거래조사부 등이 사라지면 이 같은 범죄 대응 능력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법무부의 ‘데스노트’에는 외사부, 금융조사부, 방위사업수사부, 산업기술범죄수사부, 사이버수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등 전문 수사부서가 다수 올라가 있다. 대신 형사부를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법조계에선 일반 형사부가 이들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분야 수사는 검찰과 유관기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가령 관세·외환 사건을 전담하는 외사부는 관세청과 오랜 기간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각 전문부서에는 해당 분야 사건에 대한 처리 경험이 많은 검사와 수사관이 배치된다.

반면 형사부는 각 검사의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 기계적으로 사건이 배당되는 경우가 많다. 매년 수십만 건에 이르는 고소·고발을 처리하기에도 바쁜 형사부에서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잘 쌓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일각에선 검찰이 자초한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검찰이 직접수사에 나서 놓고 불기소 처분을 하면 애초에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어떻게든 죄를 만들어내기 위해 별건수사, 과잉수사 등을 자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은 주로 정치사건 등 특별수사에서 나왔다”며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주요 경제범죄, 생활범죄 등을 다루는 전문 수사부서마저 없애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볼 공산이 크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방산비리를 수사하는 방위사업수사부와 인터넷 사기 등 서민범죄를 엄단하는 사이버수사부를 없애는 것이 누구를 위한 개혁이냐”며 “열심히 수사하겠다는 검사들에게 고소·고발 사건만 처리하라고 ‘관료화’를 강요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