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덜리 저택의 비밀과 사랑, 그리고 음모…'레베카' 스토리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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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내년 3월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국내 누적 관객 70만명 육박
카이·신성록·알리 새로 합류
"브로드웨이와 비교해도 훌륭"
‘레베카’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16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했다. 공연은 내년 3월 15일까지 열린다. 그동안 ‘레베카’를 이끌었던 제작진이 참여한다.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들도 총출동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원작 뛰어넘는 강렬한 서스펜스
극은 영화와 비슷하게 전개된다. ‘나’가 순진하고 미숙한 어린 소녀 같은 모습에서 강하고 자기 확신에 찬 여성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심 드 윈터는 여행 중 우연히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에서 함께 생활한다. 맨덜리는 아름답지만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죽은 레베카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처럼 맨덜리의 모든 것은 여전히 레베카에게 깊게 물들어 있다. 집사 댄버스 부인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며 ‘나’에게 경계심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막심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던 ‘나’는 점점 위축돼 간다. 오해가 쌓여 남편과의 관계도 위태로워진다. 그러다 레베카의 보트와 시신이 우연히 발견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대본을 쓴 극작가 미하엘 쿤체는 “한 남자를 구하게 되며 자신도 몰랐던 힘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라며 “일종의 ‘자아 찾기’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맨덜리를 떠도는 무거운 비밀과 사랑, 음모가 뒤섞여 강렬한 스토리를 구축한다. 특히 회전하는 발코니 장면은 국내 관객들이 꼽는 최고의 장면으로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막심과 ‘나’의 듀엣 ‘하루 또 하루’, 댄버스 부인의 솔로 곡 ‘영원한 생명’ 등 다채롭고 독특한 넘버(삽입곡)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넘버들은 공연 개막에 앞서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먼저 공개돼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국내 초연 때부터 지켜본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로는 “한국 무대가 세계 최고”라며 극찬했다. 쿤체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10년간 굉장한 성장을 이뤘는데 우리들의 작품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영광”이라며 “브로드웨이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막강 제작진과 화려한 캐스팅 눈길
이번 공연에서도 ‘레베카’를 끌어온 제작진이 총출동한다. 초연부터 계속 ‘레베카’를 진두지휘한 로버트 요한슨이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다. 요한슨은 ‘웃는 남자’ ‘팬텀’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 많은 작품을 올렸다. 국내 뮤지컬계 대표 음악감독 김문정과 ‘엑스칼리버’ ‘모차르트!’ 등을 꾸민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등의 안무를 맡았던 제이미 맥다니엘 등도 다시 ‘레베카’에 참여한다.
화려한 캐스팅도 화제가 되고 있다. 막심 역으로 관객을 만나온 류정한, 엄기준과 함께 카이, 신성록이 새롭게 합류했다. 지난 시즌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신영숙, 옥주현, 장은아와 함께 새로운 캐스트로 알리가 합류했다. ‘나’역은 지난 시즌에 함께한 이지혜 외에 박지연과 민경아가 출연한다. 알리는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훌륭한 뮤지컬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카이는 “막심 역은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했던 캐릭터라 정말 기대된다”며 “내 안의 막심의 모습을 잘 끌어내 최고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시즌은 지금까지의 EMK뮤지컬컴퍼니 공연 역사상 최장 공연”이라며 “‘레베카’는 EMK뮤지컬컴퍼니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인 만큼 배우와 스태프의 화합에 즐거운 에너지를 더해 관객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