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석탄·석유 사업에 투자 중단…'녹색금융' 실험

유럽투자은행, 2022년부터
美 이달 파리협약 탈퇴와 대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공동 출자한 투자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이 2022년부터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EIB는 최근 공식성명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h(킬로와트시)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250g 미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만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통상 석탄화력발전은 1h당 800~900g, 액화천연가스(LNG)는 300~400g, 석유는 200~30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통적인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게 EIB 측 설명이다. 베르너 호이어 EIB 총재는 “화석연료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야심찬 기후투자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EIB에 화석연료 사업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BBC 등 유럽 언론은 EU 회원국들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이른바 ‘녹색금융’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IB뿐 아니라 유럽의 민간 투자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들은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는 정부와 환경단체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 재계는 기후변화 규제의 취지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을 공식 탈퇴한 상황에서 유럽 기업들만 규제를 받으면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전 세계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국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기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협약은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5년 12월 12일 체결됐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