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제재 90일 또 유예…中과 1단계 무역합의 '청신호'

거래제한 조치 세 번째 보류
화웨이 "장비 보안 문제 없다"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90일간 다시 유예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면서 미국 회사가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정부의 별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후 거래제한 조치는 90일씩 두 차례 유예됐다. 두 번째 유예 기간이 18일 만료됨에 따라 미국 정부가 또다시 유예 기간을 연장해 준 것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이미 계약을 맺고 있는 기존 고객사의 통신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미국 정부가 화웨이 거래제한을 유예하는 명목상 이유는 화웨이 통신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지방 통신사들이 거래처를 바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두 번째 유예 발표 때 “(90일 연장은)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이 화웨이 장비로부터 다른 회사 장비로 옮겨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화웨이 거래 규제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미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을 세 번째로 유예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진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화웨이는 이날 자사 장비의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78쪽짜리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성명을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기반해 네트워크 위험을 평가할 것을 촉구했다. 화웨이는 “어느 나라 업체나 같은 요소에 신경 쓰다 보면 보안 문제가 더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며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모든 업체 네트워크에 적용할 수 있는 통일된 사이버 보안 표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