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일 최고치 경신' 美 증시 활황이 일깨워 주는 것

미국 증권시장에 훈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8,000선을 돌파했다. 전날보다 0.8% 오른 28,004.89에 거래를 마쳐 지난 7월 27,000 고지에 올라선 이후 4개월 만에 1000포인트 이상 뛰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와 고용 등 경제지표가 양호한 데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까지 전해지면서 3대 지수가 일제히 랠리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10년 넘게(128개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쉬지 않고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 코스피지수가 2018년 1월 2607.10을 고점으로 이후 장기 하락세로 돌아선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증시의 활황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승세는 정권 교체와 무관한 자유로운 기업환경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 닷컴 거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적잖은 기업이 사라졌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신산업에 대한 진입 및 퇴출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산업의 세대교체와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덕분이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난해 111년 만에 다우지수에서 퇴출되면서 지수 출범 초기 종목은 모두 물갈이됐다. 앞서 코닥, 유니언카바이드, 베들레헴스틸 등 대표적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다우지수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애플 등 IT(정보기술) 기업들이 꿰찼다. 최근에는 이른바 ‘F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이 다시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단기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취해진 법인세 인하와 규제완화 등 친(親)기업 정책이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올해 3분기 S&P500 기업의 70% 이상이 시장 예상을 넘는 실적을 내놓은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 기업의 실적 호조는 상장사 영업이익이 4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어제 발표된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3% 줄었다.

기업환경과 규제가 미국과 한국 증시의 흐름을 가른 주요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2018년 초까지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이후 법인세 인상을 비롯한 반(反)시장·반(反)기업 정책과 각종 규제가 이어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통 제조업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는데 공유경제 원격의료 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는 각종 규제와 진입장벽으로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 역시 미국과 많이 다르다.

증시는 그 나라의 기업활동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최근 국내 증시의 급락세는 멈췄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머지않아 다시 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