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세계 최고 AI기업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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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대표 IT기업 손잡아네이버 자회사인 라인과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일본 포털업체인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에 나선다. 신설되는 지주회사가 기존 법인들을 거느리는 구조다. 한국과 일본 대표 정보기술(IT)기업이 손을 잡으면서 1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매머드급 인터넷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경영권 행사 '이견' 가능성도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는 두 회사 경영을 통합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번 통합을 위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일본에 상장된 라인 주식을 공개 매수 방식으로 취득할 예정이다. 내년 10월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두 회사의 목표다.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와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 경영의 의미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라이벌이었지만 큰 결단을 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도 했다. 두 회사는 통합 이후 매년 1000억엔(약 1조698억원)을 AI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라인(8200만 명)과 야후재팬(5000만 명) 이용자를 더하면 1억3200만 명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경쟁사를 찾기 어려운 거대 인터넷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경영권을 행사할지에 대해선 결정하지 않아,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강 원팀 위한 도전"
'AI 퍼스트'가 이해진-손정의 손잡게 했다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연합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평소 AI를 강조해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에 동업을 제안한 것이 ‘통합 경영’의 단초가 됐다. 두 기업의 협업 결과에 따라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의 판도가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초유의 공동 경영
네이버의 일본 법인인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일본 포털업체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는 18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경영 통합에 합의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와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는 이날 각각 상대 회사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기자간담회에 나섰다. 이데자와 대표는 “최강의 원팀이 되기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네이버는 라인 지분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Z홀딩스의 대주주는 지분 40%를 보유 중인 소프트뱅크다. 라인과 Z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2071억엔(약 2조2297억원)과 9547억엔(약 10조2718억원)이다. 두 회사가 경영 통합을 선언하면서 일본 인터넷 기업 매출 1위에 오르게 됐다. 종전 1위는 라쿠텐이었다. 라인과 Z홀딩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1048억엔(약 11조8946억원)과 1조8518억엔(약 19조937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50%씩 출자해 새로운 회사(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새로 만들어진 지주회사 밑으로 Z홀딩스가 들어간다. 지분율은 65%다. Z홀딩스가 라인과 야후재팬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두 기업을 합병하지 않고 기존 법인을 그대로 활용하는 게 이날 발표한 통합 경영의 뼈대다.
통합회사는 이사회 하부조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프로덕트위원회’를 두고 초대 책임자로 신중호 현 라인 대표를 선임키로 했다. 프로덕트위원회는 신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결정을 책임지며 최종 결정권은 신 책임자가 가질 예정이다.업계에선 이번 통합 경영 발표가 IT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10년 내 한·일 양국 사이에서 일어난 경제협력 중 가장 의미가 큰 사례”라며 “시가총액 30조원을 넘는 일본 1위 인터넷 회사로 발돋움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같이 공략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고의 AI 기술 기업으로 도약”
공동 경영의 배경은 ‘AI 경쟁력 확보’다. 이날 두 회사는 통합 회사의 비전으로 ‘AI와 인터넷 기술을 통해 보다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창조·제공한다’를 제시했다. 또 “일본 노동인구 감소에 대비해 생산성을 높이고 자연재해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일본과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AI 기술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손 회장의 AI에 대한 집념은 유명하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이 운영하는 10조엔(약 107조6660억원) 규모 비전펀드가 투자한 82개 기업도 대부분 AI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자국인 일본에선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일본은 AI 후진국이기 때문에 (일본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의 선두주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이다. 지식재산권 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에 따르면 3월 기준 MS가 보유한 AI 특허는 1만8365건에 이른다. IBM(1만5046건), 삼성전자(1만1243건), 퀄컴(1만178건) 등도 1만 건이 넘는 특허를 가지고 있다.
손 회장은 일본 기업 대신 우수한 AI 인력을 보유한 네이버에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네이버는 최근에도 AI 기술력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지난달 자사 개발자 대회인 ‘데뷰(DEVIEW) 2019’에서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패권에 대항할 한국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흐름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유라시아 AI 연구 벨트’ 구상을 밝혔다. 네이버와 자회사들이 진출해 있는 일본, 동남아, 프랑스 등을 하나로 묶어 이들 지역의 대학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연구기관이 서로 AI 기술 연구에 협력하도록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게 골자다.
도쿄=김동욱 특파원/김주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