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석상서 '저성장·저물가' 첫 언급한 이주열 총재

"기저 효과로 물가 낮다"던 입장서 변화
"중앙銀, 선제 대응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8일 “중앙은행은 저성장·저물가 환경에서의 통화정책 운용, 디지털 혁신에 따른 경제의 구조적 변화 지원 등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한국은행 중장기 비전과 전략’ 수립을 위한 집행간부회의를 열어 “중앙은행이 정책 환경 변화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이 총재는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저인플레이션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저물가를 언급한 적은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저성장·저물가 환경’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저성장·저물가로 대표되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낮은 물가는 공급 측 요인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부인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작년 폭등한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와 정부의 복지정책 효과를 제거할 경우 물가상승률은 1%대로 올라간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예상되고 올해 8, 9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고려할 때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이 총재가 처음으로 ‘저성장·저물가 환경’을 언급한 만큼 한은 통화정책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