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각 4수생' KDB생명 인수전 '썰렁'

금융지주사 한 곳도 참여 안해
사모펀드 2~3곳만 예비입찰
중견 생명보험사 KDB생명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이날 오후 6시까지 KDB생명 지분 92.73%를 매각하기 위해 예비입찰을 받은 결과 사모펀드 두세 곳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사들은 한 곳도 입찰 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미래에셋대우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등으로 생명보험사들이 추가 자기자본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하는데, 필요한 자금 규모가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고 있어 금융지주사들이 인수를 망설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KDB생명의 자산 규모는 19조4400억원, 부채를 뺀 순자산(자본) 규모는 1조1300억원 수준이다. 업계 상위권 상장사인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17배를 적용하면 이 회사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이 적어낸 가격도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각각 넘기기로 하며 구조조정 성격의 인수합병(M&A) 거래를 여러 차례 성사시켜 온 이동걸 산은 회장은 KDB생명 매각을 ‘마지막 과제’로 삼아 노력해왔다. 매각이 성사되면 정재욱 사장 등 경영진에게 매각 금액에 따라 최대 45억원 규모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KB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사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도록 지시했다. 시장 반응은 이런 노력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