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통신비 인하 자부?… 10년 따져보면 '거기서 거기'

핵심질문 묻고 답하는 #팩트알고
통신 소비자물가지수 20년치 분석

▽ 통신비 인하? 폰값이 문제? 사실은
▽ 최기영 "통신비 인하 잘해왔다 자부"
▽ 10년 기기·통신비 물가 '거기서 거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 통신비 부담은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서울 마포구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에서 시민들이 갤럭시 폴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부담은 기기값입니다. 스마트폰 기기값은 어느새 '200만원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애플이 2019년 10월 출시한 아이폰11 프로 맥스 512GB 모델을 자급제로 구입할 경우 203만원을 내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노트10+ 512GB 모델도 149만6000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죠.

비싼 기기값을 고가의 통신사 약정으로 상쇄해보려 해도, 통신요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임, 동영상 등 고용량 콘텐츠까지 고루 즐기려면 비싼 요금제가 필수이기 때문이죠. 5G 시대가 열리면 VR, AR 등 더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게 될테니, 얼마나 써야 할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19년 11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19년 11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신비 인하는 잘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 장관 자부심과는 다르게 통신비 부담이 줄어든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통신비 부담, 과연 줄어들고 있는 걸까요. 뉴스래빗 '팩트 알고'에서 데이터로 설명해드립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란?

통계청은 매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조사해 발표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알아보기 위해 작성하는 통계다. 특정 시점을 100으로 잡고 물가의 높낮음을 상대적으로 계산한다. 2019년 10월 현재는 2015년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통계청은 460가지 대표 품목을 지출 목적에 따라 12가지로 분류해 조사한다. 식료품 및 주류가 아닌 음료, 주류 및 담배, 의류 및 신발,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 가정용품 및 가사 서비스, 보건, 교통, 통신, 오락 및 문화, 교육, 음식 및 숙박, 기타 상품 및 서비스 등이다.뉴스래빗은 이 중 통신 물가지수에 주목한다. 각 가정에서 주로 소비하는 휴대전화 기기값, 통신료, 수리비 등 6가지 항목이 포함된 지수다. 6가지 항목을 모두 합한 '통신 물가지수'의 추이를 살펴보고, 각각의 지수와 비교한다.
통신 물가지수, 뭔가요?
통신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 중 통신 관련(우편료·휴대전화기·유선전화료·휴대전화료·인터넷이용료·휴대전화기수리비) 항목들의 전체 물가를 산정한 지수입니다. 우편, 전화, 인터넷, 이동통신 등 각 분야의 중요도를 감안했을 때 가계 부담이 기준 연도(2015년) 대비 어땠는지를 나타내죠.


2019년 10월 기준 최신 통신 물가지수는 97.33입니다. 기준 연도인 2015년 100에 비해 다소 낮아진 상태입니다.

통신 물가지수는 20년째 꾸준히 내려가고 있습니다. 2015년을 100으로 볼 때, 20년 전인 2000년 1월엔 통신 물가지수가 무려 137.44에 달했습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할 때, 15년 전엔 한 가구가 통신에 쓰는 비용이 1.4배 가까이 많았단 뜻입니다.
20년 간 통신물가, 어땠나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왜 통신 물가지수는 한 가정 당 1.4배 가까이 높았을까요? '통신'에 속한 6가지 세부 물가지수를 각각 떼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통신 관련 세부 지수 중 가장 높은 건 우편료입니다. 2015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19년 10월 최신 지수가 121.67로 가장 높습니다. 5년 만에 20, 10년을 통틀어 보면 2009년 10월(84.37) 대비 37.3이나 올랐습니다.

이동통신 관련 지수 중 현 시점 최고는 수리비입니다. 수리비 지수는 2015년 1월부터 측정되기 시작했는데요. 측정 이래 계속 상승세입니다. 2019년 10월 최신 수치는 117.32로 역대 최대입니다. 5년 만에 18 가까이 오른 셈이죠.

기준 연도(2015년) 대비 통신요금 물가가 소폭 낮아지긴 했지만 휴대전화기 물가, 수리비 물가까지 감안하면 가계의 이동통신 관련 부담이 줄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결과입니다.


인터넷 사용량이 지금보다 적고, 가구 당 휴대전화 수도 지금보다 적었던 1999년 통신 물가가 지금보다 1.4배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20년 전엔 휴대전화기 물가가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1999년 10월 휴대전화기 물가지수는 2015년 대비 913.7입니다. 2019년 10월 최신 지수가 105.1로 기준 연도 대비 약간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값인지 짐작할 수 있죠.

물가 상승을 감안했을 때, 20년 전엔 지금보다 9배 비싼 값을 내고 휴대전화기를 구매했던 셈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라는 점까지 반영하면, 2000년 당시 휴대전화기 체감 가격은 가족 구성원이 모두 스마트폰을 가진 지금보다 높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휴대전화기 물가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하락해,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0년대에야 100대 초반에 근접합니다. 휴대전화의 대중화가 스마트폰 시대에 와서야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통신비 인하? 폰값이 문제? 사실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19년 11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신비는 굉장히 좋은 일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주로 국회에서 지적받는 것을 보면 폰값이 비싸다는 것"이라며 통신비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통신비가 부담이 큰 건 통신요금 때문이 아니라 단말기 가격 때문이라는 겁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9년부터 살펴보면 최 장관 말이 완전 틀리진 않습니다. 휴대전화료 물가가 2009년부터 10년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을 100으로 볼 때, 2009년 10월 107.38이던 휴대전화료 물가는 2019년 10월 94.53까지 낮아졌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한 10년간 가구당 통신요금 부담은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고 있었던 셈이죠.

다만 스마트폰 기기값 부담이 최 장관 표현만큼 커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 10월 현재까지 휴대전화기 물가 지수는 95~105 사이로 유지되고 있죠. 통신비 부담은 최 장관 발언처럼 "통신요금은 싼데 기기값이 비싸서"라기보단 '통신요금 물가는 조금 낮아진 데 그친 한편 기기 물가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물가가 매월 들쭉날쭉한 건 신제품 출시에 따라 가격대가 크게 달라지는 스마트폰 기기값 특성 때문입니다. 2016년 3월 94.9로 최저치를 기록한 휴대전화기 물가가 4월 102.59로 크게 오른 점만 봐도 알 수 있죠. 2016년 3월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7 시리즈를 출시한 때입니다.
신규 요금제 출시를 발표하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LG유플러스 제공
10씩 들쭉날쭉, 통신부담 큰 변화 없다
심지어 최 장관이 자부한 만큼 통신요금 물가가 의미 있게 낮아지지도 않았습니다. 2019년 10월 휴대전화료 물가(94.53)는 기준 연도인 2015년 대비 5.47 남짓 하향한 정도에 그칩니다.

휴대전화기 물가가 신제품 출시 때마다 10씩 들쭉날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감소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통틀어봐도 가장 높았던 2009년 10월(107.38) 보다 12.85 낮은 수준에 불과하죠.

소비자물가지수로 보니, 기기값과 통신요금을 통틀어 소비자의 부담이 결코 경감됐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입니다.

최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자부할 만큼 통신비 부담은 지난 10년을 통틀어 보면 큰 변화가 없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입니다. 그리고 단기 물가 부담 상승 원인은 기기값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우편료가 뛰기도 하고, 휴대전화 수리비 부담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통신요금과 스마트폰 기기값은 약정할인과 요금제할인에 맞물려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통신요금 부담은 결국 통신요금과 기기값이 약정 요금제로 연동되면서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의 고가 신제품이 나올때마다 널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데이터로 본 통신비 부담 현실, '기기 물가, 통신요금 물가 모두 여전히 거기서 거기'입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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