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3년만에 故이병철 회장 추모식 참석…'사업보국' 강조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32주기 추도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2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에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이념을 강조했다.

사업보국은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의미로 인재제일(人材第一)·합리추구(合理追求)와 함께 이병철 회장의 창업 이념 중 하나다.이 부회장은 19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 32기 추모식이 끝난 뒤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하며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자"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사장단 전체가 모인 자리에 참석한 것은 사장으로 승진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나가자"며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한 대내외적 경영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뜻을 밝혔다.식품과 의복사업을 주력으로 해오던 삼성이 1969년 전자 사업에, 1983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때 강조한 것이 '사업보국'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회사의 주요 결정이 있기 전 항상 사업보국 정신을 꺼내들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도 사내 방송을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사회 및 나라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날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 회동에서도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 계열사 역시 '상생'의 가치를 새로운 성장 전략이자 경영철학으로 명심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부회장은 아울러 "추도식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해 점심 대접을 하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며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경영에 임해줘 감사드린다"고 했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기일인 11월19일 매년 용인 선영에서 추모식을 연다. 보통 오전에는 이 부회장 등 직계 가족과 삼성 사장단이 참배하고, 오후에는 CJ·신세계 등 범 삼성가 관계자들이 선영을 찾는다.

이 부회장은 이날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호암재단이 주관하는 공식 추도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추모식 전주 주말에 미리 선영을 찾아 참배했고, 2017년에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돼 추모식에 불참했다.이번 추모식에는 이 부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미국에 머물렀던 2013년에 이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부터 줄곧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사장(가전 부문장), 고동진 사장(무선사업 부문장) 등을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50여명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