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重그룹 회장 승진…"조선 세계 1위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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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 "막중한 책임감 느껴"“인생의 절반 이상(41년)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일했습니다. 회사의 성공, 나아가 한국 조선업의 재도약을 마지막 소임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4년 현대重 구원투수 맡아
창사 이후 최대위기 극복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결의에 차 있었다. 재계 10위(자산 기준)의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68)이 19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이 나온 것은 2017년 11월 퇴임한 최길선 회장 이후 2년 만이다.권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선 업황 침체가 여전하다”며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1~10월) 한국 조선사의 누적 수주액은 69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2% 줄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누적 수주액도 89억4000만달러로 목표치(159억달러)의 56.2%에 그쳤다.
권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마무리해 한국 조선업의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이 21%에 달하는 ‘매머드 조선사’가 탄생한다. 권 회장은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은 연구개발(R&D) 전문회사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2014년 9월 현대중공업이 창사(1972년) 후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 현대중공업 사장을 맡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해운업 불황에 따른 ‘수주절벽’으로 3조원대 적자를 내고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였다. 그는 전 임원의 사직서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개혁에 들어갔다. 능력 있는 젊은 부장급은 리더로 과감하게 발탁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 계열사 영업조직을 통합한 ‘그룹선박영업본부’를 출범시켜 영업력을 극대화했다. 비핵심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며 재무 구조도 크게 개선했다. 고강도 개혁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권 회장은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경영인으로도 꼽힌다. 현대오일뱅크 사장(2010~2014년) 시절엔 매주 화요일 충남 대산공장을 찾아 직원들과 아침을 같이 먹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장 업무용 차량(에쿠스)을 직원 결혼식 및 장례식 등 경조사에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임원식당을 없애는 등 권위주의적 기업문화를 깨는 데도 각별히 신경 썼다.
경영계에선 올초부터 ‘권오갑 회장 승진설’이 흘러나왔다. 그는 회장직 제안을 받았지만 수차례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그룹 현안이 산적한 만큼 회장 자리를 더는 비워놓을 수 없다는 데 경영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유임시켰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 사장을 모두 교체했기 때문이다. 김형관 현대중공업 전무와 주원호 한국조선해양 전무 등 5명을 부사장으로, 성현철 현대중공업 상무 등 15명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임원급 인사만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