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투자한 인천글로벌캠퍼스, 정원미달 속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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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 해외대 공동캠퍼스 조성5000여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국내 최초의 해외 대학 공동캠퍼스인 인천글로벌캠퍼스가 외면받고 있다. 이번 가을학기 신입생 모집에서는 입학 지원자가 모집정원에도 못 미치는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적다 보니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도 바닥을 맴돌고 있다. 교육공간을 무상 대여해주고, 매년 10억원이 넘는 운영비를 개별 대학에 지원하고 있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주립대·겐트대 등 5곳 입주
강의동 무상대여 등 전폭 지원에도
충원율 겨우 절반 넘는 수준
유타대, 신입생 경쟁률 0.5 대 1인천글로벌캠퍼스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시가 함께 송도국제도시에 조성한 해외 대학 공동캠퍼스다. 인천글로벌캠퍼스 1단계 사업에는 지경부가 투자한 국비 1196억원을 포함해 시비와 민간자본 등 5199억원이 투입됐다. 2012년 뉴욕주립대를 시작으로 2014년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 2017년 뉴욕패션기술대 등 5개 대학이 인천글로벌캠퍼스에 분교를 세웠다. 입주 대학에는 최대 8년간 강의동 등 교육공간을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관리비 등을 포함해 최대 7년간 연간 10억여원에 달하는 운영비도 지원해준다.
문제는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에도 인천글로벌캠퍼스 대학들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는 지난 9월 가을학기 신입생 모집 때 학부 6개 학과와 대학원 석사 과정 1개 학과에서 학생 모집에 나섰지만 모든 학과에서 지원자가 모집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의 가을학기 신입생 경쟁률은 0.5 대 1에 머물렀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와 한국조지메이슨대는 지원자가 모집정원을 간신히 넘었다.입학하는 학생이 없다 보니 학교를 설립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재학생 충원율은 여전히 바닥을 맴돌고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 내 5개 대학 중 입학 정원을 채운 대학은 정원이 140명으로 소규모인 뉴욕패션기술대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개 대학은 모두 재학생이 입학 정원보다 턱없이 모자란다. 입학 정원이 1100명인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는 지난달 기준 재학생이 509명에 불과해 재학생 충원율이 46.3%에 그쳤다. 한국조지메이슨대 역시 입학 정원은 1300명이지만 재학생은 591명(45.5%)뿐이다. 5개 대학의 전체 입학 정원은 4532명이지만 재학생은 2716명(59.9%)으로 집계됐다.
국내 4년제 대학에 비해 등록금 3~4배↑
인천글로벌캠퍼스가 외면받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비싼 등록금이 꼽힌다. 5개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2700만원 사이에 책정돼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3개 4년제 대학의 올해 평균 등록금은 약 644만원이다. 국내 대학 등록금에 비해 인천글로벌캠퍼스 대학들의 등록금이 3~4배가량 더 비싼 셈이다. 게다가 고등교육법상 대학이 아니라 외국교육기관으로 분류되는 인천글로벌캠퍼스 대학 재학생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학생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등록금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인천글로벌캠퍼스 학교들은 ‘확장 캠퍼스’ 개념으로 외국에 있는 본교와 똑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결국 ‘서자(庶子)’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학생들이 입학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뉴욕주립대는 졸업장과 성적표를 본교에서 발급받지만 성적표에 ‘SUNY Korea’가 표기돼 본교가 아니라 한국 캠퍼스에서 수학했다는 내용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국뉴욕주립대 기술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A씨는 “본교와 완전히 같은 시스템이라는 얘기를 듣고 입학했는데 성적표에 캠퍼스 위치가 표기된다는 사실을 듣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천글로벌캠퍼스의 2단계 사업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는 1단계 사업에 이어 5개 대학을 추가로 유치하는 2단계 사업 완료 시기를 계속 미뤄 2023년으로 조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러시아 국립음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컨서바토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음악대학 등을 유치하려던 계획도 최근 무산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