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성석제 "문학은 일상의 낮은 목소리…일단 재밌어야 읽히죠"
입력
수정
지면A35
산문집 '근데 사실 조금은…'“산문은 소설과 달리 팩트(사실)와 실제 경험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야기와 화자 사이의 거리가 매우 좁은 편이죠. 이번 산문집에 실은 글들은 어느 산문보다 제 일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려 노력했습니다.”
출간한 소설가 성석제
세상과 일정 거리 유지하면서
문학인으로 살아온 삶의 역정
해학 넘치는 화법으로 풀어내
![최근 산문집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를 펴낸 소설가 성석제.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1015627.1.jpg)
1부에는 ‘소설가 성석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에서 정리한 문학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작가는 “처음 소설을 쓴 1995년 이후 다시는 시인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됐다”며 잠시 ‘시인 성석제’로 살았던 시기를 이렇게 회상한다. “1995년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 불릴 정도였던 시기라 집마다 책과 문학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어요. 나 같은 사람도 숟가락을 얹고 시를 써볼 수 있었죠. 이후 시는 더 이상 쓰지 못했지만 그때 영향인지 소설을 쓸 땐 여느 작가들처럼 끈기 있게 눌러 앉아 쓰는 힘보다는 시를 쓸 때처럼 에너지와 자원을 축적해 단숨에 쓰는 습성을 갖게 됐습니다.”
작가는 그동안 음식이나 사진 등에 대한 산문을 많이 써 왔다. 이번 산문집에서도 ‘자연인 성석제’로서 음식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2부에는 순두부찌개, 비빔밥, 파스타, 누룽지 등에서 찾아낸 자연과 생명, 고향, 인간 본성 등에 관한 글들이 실렸다. 그는 “음식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 음식의 맛을 향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일상 자체를 마냥 재미있게 바꿔준다”고 했다.
그는 2004년 출간한 <즐겁게 춤을 추다가>를 개정한 <말 못하는 사람>(문학동네)도 함께 펴냈다. 40대 중반 작가가 바라본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말이 워낙 많아지고 또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됐어요. 저는 조용히 그 말들을 주워 모아 밥벌이에 써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동조돼 속에 들어 있는 말을 화려한 겉치레로 포장하는 경향도 생긴 것 같아요. 현실의 번잡스러움에 지나온 시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그렇게 세상도, 나도 바뀌었습니다.”그의 산문들엔 심각한 상황에서도 한 번쯤은 웃음 짓게 하는 익살이 숨어 있다. 진지함 속에 툭툭 묻어나는 특유의 유머는 읽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기질적으로 누군가를 재미있게 해 주는 것을 좋아하고, 그렇게 하려고 항상 애씁니다. 문학은 그저 주변에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공간이 문학이죠. 저는 그 방향대로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유쾌하게 나아가려고 합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