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속초산불 人災 9명 송치…"한전 봐주기 수사" 이재민 반발
입력
수정
노후 전선·부실시공·관리 등 복합적 하자…업무상 실화 등 혐의 적용
경찰 "한전, 산불 원인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 세웠으나 2년간 방치"
한전 "안전 강화 대책 추진…선지급 보상금 123억·추가 보상 진행"축구장 면적(0.714㏊) 1천774개에 해당하는 1천267㏊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고성·속초산불은 고압전선 자체의 노후와 한전의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 복합적인 하자가 초래한 인재로 드러났다.고성·속초산불 원인을 수사한 강원 고성경찰서는 한전 직원 7명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시공업체 직원 2명 등 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실화, 업무상 과실 치사상, 전기사업법 위반 등이다.
경찰은 이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원인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 세우고도 2년간 방치"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산불 원인을 수사한 결과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전선이 끊어져 산불 원인을 제공한 해당 전신주를 포함해 일대의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을 한전이 2017년 수립하고도 2년여간 방치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사유지 내에 위치한 전신주를 계획대로 이전·교체했다면 부실시공으로 노후한 전선이 끊어져 산불로 이어지는 재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한전이 이전·교체 작업을 2년간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만큼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다만, 산불 원인을 제공한 전신주가 언제 설치·시공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한전 속초·강릉지사와 한전 나주 본사, 강원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섯 차례나 벌였지만,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설치 시기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기 배전과 관련한 안전 관리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에 통보했다.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경찰은 한전이 관리하는 전신주의 설치·점검·보수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한 업무상 실화에 무게를 두고 8개월간 집중적인 수사를 했다.
수사 기록만 1만5천여 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4일 오후 7시 17분께 시작된 고성·속초산불의 원인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 전신주의 고압전선이 끊어져 '전기불꽃'(아크)이 낙하하면서 발생했다.
이 산불로 속초·고성에서 2명이 숨지고 584가구 1천36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천267㏊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는 등 재산 피해액은 752억원에 달했다.◇ "8개월 만에 내놓은 수사 결과가 겨우 이거냐" 이재민 반발
산불이 발생한 지 8개월여 만에 내놓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속초·고성산불 이재민들은 "매우 미흡하고 봐주기 수사로 의심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장일기 속초·고성산불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실화도 아닌 업무상 실화라니 한마디로 참담하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재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노장현 고성산불 비상대책원장도 "사람이 죽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인재(人災)인데 구속자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한 뒤 "검경이 한전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며 "이재민들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재민 김재진씨는 "만약 개인이 불을 냈다면 그냥 뒀겠나"라며 "법 적용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이 집 한 채 태운 화재도 아니고 사람이 죽고 엄청난 재산 피해가 난 사건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전 "안전 강화대책 추진…선지급 보상금 123억·추가 보상 진행"
고성·속초산불의 원인이 한전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인재(人災)라는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한전은 이재민 보상과 안전 강화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고성 피해 주민에게 선지급한 보상금은 123억원이다.
이어 속초산불 피해 비대위 주민에게도 조만간 보상 방안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책임(과실) 비율에 대한 특별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최종 피해 보상금액을 확정한 뒤 개별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설비·공사 관리에 대한 추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무엇보다 강풍·건조 지역에 안전 보강형 전기공급 방식을 채택했고, 전선이 끊어졌을 때 전기 불꽃 발생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개발하는 등 국민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설비 안전 수준을 한단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한전 측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이재민 피해 보상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 4∼6일 고성·속초(1천267㏊), 강릉·동해(1천260㏊), 인제(345㏊)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면적 4천22개에 해당하는 2천872㏊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재산 피해액은 고성·속초 752억원, 강릉·동해 508억원, 인제 30억원 등 총 1천291억원에 달하고 658가구 1천52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571억원에 달하는 국민 성금이 모금되는 등 국민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경찰 "한전, 산불 원인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 세웠으나 2년간 방치"
한전 "안전 강화 대책 추진…선지급 보상금 123억·추가 보상 진행"축구장 면적(0.714㏊) 1천774개에 해당하는 1천267㏊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고성·속초산불은 고압전선 자체의 노후와 한전의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 복합적인 하자가 초래한 인재로 드러났다.고성·속초산불 원인을 수사한 강원 고성경찰서는 한전 직원 7명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시공업체 직원 2명 등 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실화, 업무상 과실 치사상, 전기사업법 위반 등이다.
경찰은 이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원인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 세우고도 2년간 방치"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산불 원인을 수사한 결과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전선이 끊어져 산불 원인을 제공한 해당 전신주를 포함해 일대의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을 한전이 2017년 수립하고도 2년여간 방치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사유지 내에 위치한 전신주를 계획대로 이전·교체했다면 부실시공으로 노후한 전선이 끊어져 산불로 이어지는 재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한전이 이전·교체 작업을 2년간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만큼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다만, 산불 원인을 제공한 전신주가 언제 설치·시공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한전 속초·강릉지사와 한전 나주 본사, 강원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섯 차례나 벌였지만,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설치 시기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기 배전과 관련한 안전 관리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에 통보했다.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경찰은 한전이 관리하는 전신주의 설치·점검·보수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한 업무상 실화에 무게를 두고 8개월간 집중적인 수사를 했다.
수사 기록만 1만5천여 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4일 오후 7시 17분께 시작된 고성·속초산불의 원인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 전신주의 고압전선이 끊어져 '전기불꽃'(아크)이 낙하하면서 발생했다.
이 산불로 속초·고성에서 2명이 숨지고 584가구 1천36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천267㏊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는 등 재산 피해액은 752억원에 달했다.◇ "8개월 만에 내놓은 수사 결과가 겨우 이거냐" 이재민 반발
산불이 발생한 지 8개월여 만에 내놓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속초·고성산불 이재민들은 "매우 미흡하고 봐주기 수사로 의심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장일기 속초·고성산불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실화도 아닌 업무상 실화라니 한마디로 참담하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재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노장현 고성산불 비상대책원장도 "사람이 죽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인재(人災)인데 구속자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한 뒤 "검경이 한전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며 "이재민들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재민 김재진씨는 "만약 개인이 불을 냈다면 그냥 뒀겠나"라며 "법 적용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이 집 한 채 태운 화재도 아니고 사람이 죽고 엄청난 재산 피해가 난 사건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전 "안전 강화대책 추진…선지급 보상금 123억·추가 보상 진행"
고성·속초산불의 원인이 한전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인재(人災)라는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한전은 이재민 보상과 안전 강화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고성 피해 주민에게 선지급한 보상금은 123억원이다.
이어 속초산불 피해 비대위 주민에게도 조만간 보상 방안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책임(과실) 비율에 대한 특별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최종 피해 보상금액을 확정한 뒤 개별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설비·공사 관리에 대한 추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무엇보다 강풍·건조 지역에 안전 보강형 전기공급 방식을 채택했고, 전선이 끊어졌을 때 전기 불꽃 발생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개발하는 등 국민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설비 안전 수준을 한단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한전 측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이재민 피해 보상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 4∼6일 고성·속초(1천267㏊), 강릉·동해(1천260㏊), 인제(345㏊)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면적 4천22개에 해당하는 2천872㏊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재산 피해액은 고성·속초 752억원, 강릉·동해 508억원, 인제 30억원 등 총 1천291억원에 달하고 658가구 1천52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571억원에 달하는 국민 성금이 모금되는 등 국민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