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돛' 올린 김현철 "옛것 지켜야 변화도 받아들일 수 있어"

'나는 나에게 선언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단 걸/ 내가 사랑하는 나의 그대여/ 그대와 함께 가고 싶어/ We Can Fly High…'
가수 겸 프로듀서 김현철(50)이 20일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창을 시작했다.

그가 13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위 캔 플라이 하이'(We Can Fly High).
시티팝이 새삼 유행하는 요즘이지만, 30주년 가수 김현철이 구현해낸 시티팝 곡에서는 꾸미지 않은 '원조'의 예스러운 바이브가 자연스럽게 흘러넘쳤다. 김현철은 이날 중구 CKL 스테이지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요즘 것과 옛것을 가르는 시대가 됐지만, 저는 옛것에서 감성과 감각을 계속 찾으려고 한다"며 "지켜야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06년 9집 '토크 어바웃 러브'(Talk about love) 이후 긴 휴지기를 가졌던 김현철은 올해 5월 미니앨범 '10집 - 프리뷰'에 이어 지난 17일 정규 10집 '돛'을 내며 창작자로 복귀했다.

2CD에 총 17트랙을 꽉꽉 채워 담았다. 음악감상회에서 한 트랙씩 들려준 정규 10집엔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김현철 특유의 감성이 오롯이 살아 있다.

김현철은 "삶이라는 게 점점 자신이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달아가는 여정 같다"며 "나이를 먹으면서 제일 큰 변화는 '자기 꼬락서니'를 알게 되는 것, 자기의 처지를 알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점점 알아가는 것인 듯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시티팝의 정수'로 소개된 '위 캔 플라이 하이'도 마찬가지.
김현철은 "시티팝이라는 얘기도 모를 때부터 이런 음악을 해왔고, 사실 시티팝을 쫓고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시티팝이) 요즘 인기라면서요, 기분은 좋다"며 웃었다. '나이는 그저 하나의 숫자일 뿐이야'라는 노래 가사는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김현철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 트랙 '푸른 돛'도 비슷한 희망적 정서를 담았다.

다시금 '음악의 항해'를 떠나는 각오가 담긴 곡이다.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으로 꼽히는 시인과 촌장 2집의 동명 트랙을 리메이크했는데, 포크 원곡을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좀 더 웅장하게 풀어냈다.

이번 앨범엔 쟁쟁한 후배들이 목소리를 보탰다.

또 다른 타이틀곡 '당신을 사랑합니다'에는 박원이, '안아줘'에는 백지영이, '그런 거군요'에는 박정현이 피처링을 했다.

'감촉'은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에게 김현철이 직접 연락해 만들게 된 곡이다.

가사 작업도 둘이 함께 했다.

어느덧 50대가 된 김현철의 삶도 음악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주변을 보듬는 시선도 더 넉넉해졌다.

김현철 표 '사랑 고백 송'이라는 '혼자 두지 마요'는 아내 이경은씨와 함께 가사를 썼다.

'우리 심은 두 나무가 저리도 멋지잖아요' 하는 가사는 이들 부부의 두 아들 이야기라고 한다.

담담한 발라드 '꽃'은 힘들어하는 연예인 후배들을 포함해 젊은 세대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김현철은 "젊은 친구들이 앞길이 창창한데도 중간에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꽃이라는 게 다 예쁘지만, 꽃은 스스로가 꽃인 줄 모르잖아요.

우리는 누구나 다 꽃으로서 살고 있고, 여러분은 모두 아름다운 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
김현철은 이번 앨범을 다음 달 말 LP로도 발매할 예정이다.

내년 봄에는 앨범 한 장을 더 낼 예정인데 최백호·정미조 등이 이미 녹음을 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요즘 같은 음원 시대에 앨범 두 장을 한꺼번에 내는 걸 걱정스럽게 보는 분들도 많았다"며 "미친 짓 아니냐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봤을 때 '그건 DNA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저는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음악밖에 못 할 것 같아요.

이런 음악을 더 잘하고, 더 여러분에게 공감이 가게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