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 고압선 부실관리 등 人災"

경찰, 한전 관계자 9명 檢 송치
한전 "안전강화·신속보상 추진"
지난 4월 1524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강원 고성·속초 산불은 한국전력의 부실한 고압전선 관리 탓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산불 피해 주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고 진행 중인 보상 절차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4월 4일 고성과 속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고압전선 자체의 노후와 한전의 부실시공, 부실관리 등의 복합적인 하자에서 비롯됐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성 원암리의 전신주 고압전선이 강풍에 떨어져 나가면서 ‘아크 불티(전기적 방전 때문에 전선에 발생하는 불꽃)’가 발생해 대형 산불로 번졌다.경찰은 산불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한전 직원 7명과 전신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시공업체 직원 2명 등 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업무상 실화, 업무상 과실치사상, 전기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8개월 동안 한전 속초·강릉지사와 나주 본사, 강원 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전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이재민 피해 보상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전은 8월 26일 고성군 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회와 1차 현장실사를 마치고 추석 전까지 123억원의 보상금을 피해 주민에게 지급했다. 한전은 또 속초시 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회와 이달 현장실사를 마무리한 뒤 추가적인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월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모두 658가구 152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