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항공에 주력할 것…이익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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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특파원들과 간담회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항공사업에 주력할 것이며,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한진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유족이 법정상속비율대로 나눠 받은 것에 대해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며 “제가 (회사를) 독식할 욕심도 없다”고 했다.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선친에게 주는 밴플리트상을 대신 받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조 회장은 “항공운송과 관련한 사업 외엔 관심이 없고 새로 (사업을) 벌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관계 등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시기는 2021년 초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일본 여행객 감소 등의 여파로 지난 2분기에 3808억원, 3분기에 2118억원(별도재무제표 기준)의 순손실을 냈다.
"내년 더 나쁠 것…벌써부터 걱정"
휴가철이 끼어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 3분기(7~9월)에 국내 8개 항공사 중 대한항공을 뺀 7개사가 영업적자를 냈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급감했다. 2016년 1조원을 웃돌던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올 들어 1600억원대(1~9월)까지 떨어지면서 3년 만에 10분의 1토막이 났다.
항공업황 침체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44·사진)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임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 비핵심 자산 매각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내년 경영환경도 어렵다”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경영환경과 관련해 “있는 것 지키기도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한·일 경제 갈등으로 촉발된 일본 여행 불매 운동과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화물 운송량 감소,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삼중고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까지 국내외 경기가 나쁠 것으로 전망돼 걱정”이라며 “비용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에 전체적으로 정리할 게 좀 있는 것 같다. 연내에 발표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경영계에선 올해 말 인사에서 100여 명인 대한항공 임원 중 20~30%를 줄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 등 자산 매각도 뒤따를 전망이다.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앞으로도 ‘운송업’ 한우물을 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송 하나에 집중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라며 “항공 운송과 제작, 여행, 호텔 등 운송과 관련된 사업만 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HDC그룹으로 인수된 것과 관련해선 “기존 (양강) 경쟁 구도가 그대로 갈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희도 재무구조를 개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 간 상속 분쟁 없어”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 우려에 대해 “(우리는)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1대 주주(지분 15.98%)로 올라선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려면 가족 간 협력이 필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그가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 17.84%는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5.31%)과 조 회장(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 3남매에게 법정상속비율(1.5 대 1 대 1 대 1)대로 돌아갔다. 경영계에선 조 회장 등 3남매와 이 전 이사장 지분율에 큰 차이가 없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질 여지가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조 회장은 향후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독식할 욕심이 없다. 가족끼리 잘 지내라는 게 선친 말씀”이라고 했다.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의 경영 복귀에 대해선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기로 3남매가 합의했다”면서도 “둘 다 지금 그런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2700억원으로 추산되는 상속세 마련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1차분까지는 좀 넣었다”며 “저는 소득이라도 있지만 다른 가족은 소득도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다. 유족들은 상속세 1차분 450억원은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5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 낼 계획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김보형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