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이틀째 수도권 전철 감축…출퇴근길 시민 불편

전철 평시 대비 82% 운행…열차 운행률도 70∼80%로 급락
"주말엔 더 큰 혼잡 예상"…물류 운송량도 30%대 유지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 이틀째인 21일 서울역과 부산역 등 전국 주요 역에서는 파업 여파에 따른 열차 감축 운행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수도권 전철 운행량이 평시 수준과 비슷했던 파업 첫날과 달리 이날부터 수도권 광역전철 운행도 감축되면서 출근길 교통 혼잡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오전 7시 45분 신도림역에서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열차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연거푸 흘러나왔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2호선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1호선은 승강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인천에서 출근하는 회사원 최정규(35) 씨는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집에서 나왔다"며 "파업이 길어지면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호선 수원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플랫폼에 길게 줄을 늘어선 시민들은 출근길 칼바람 속에 발을 동동 구르며 열차를 기다렸다.그나마 도착한 열차도 이미 승객으로 가득 차 택시 승강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평시 하루 162회 운행하던 경의·중앙선은 운행 횟수가 124회로 줄었다.

이 때문에 배차 간격이 평소 10∼20분에서 30분 이상으로 벌어지는 등 고양·파주 지역 주민의 불편이 이어졌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ITX 청춘열차 역시 하루 운행 횟수가 36회에서 21회로 줄어 이용객들의 불편이 불가피한 실정이다.특히 이용객이 많은 금∼일요일은 운행률이 58∼5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파업 여파가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이날부터 수도권 전철 운행은 평시 대비 82% 수준이다.

운행률 86.1%를 기록했던 파업 첫날보다 4%포인트가량 더 줄었다.

한국철도는 출퇴근 시간대에 열차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출근 시간 92.5%, 퇴근 시간 84.2%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렇게 해도 출근 시간대 열차 운행이 8%가량 감축돼 출근길 혼잡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철도가 운영하는 수도권 광역전철은 서울지하철 1, 3, 4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등이 있다.
전철뿐 아니라 열차를 이용하는 출근길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역은 전날처럼 전광판에 철도노조 파업을 알리는 문구를 띄워놓았고, 12개 매표소 중 3개만 창구를 열었다.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최모(41) 씨는 "업무 때문에 1주일에 1∼2차례 서울로 출근하는데 올라오는 열차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운행 중지가 많아서 그런지 저녁에 퇴근 열차표는 아직 못 구했다.

예매를 못 하면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부선 기점인 부산역은 여객과 화물 열차가 감축 운행하면서 일부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특히 금요일 오후부터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KTX는 이미 대부분 매진돼 논술시험을 치러 상경하는 수험생들과 한·아세안 정상회담 참석차 부산으로 오행사 관계자들이 비상이 걸렸다.

평상시 51대가 부산역을 출발했던 KTX 상행선은 이날 34대만 운행, 66.7% 운행률을 기록했다.

발권 창구에는 대부분 대체 인력이 투입돼 평소보다 업무가 미숙할 수 있다는 안내문도 붙었다.
대전역에서도 예매한 열차 운행이 취소되거나 현장에 표가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파업 여파로 발권 창구가 평소 절반 이하로 운영됨에 따라 시민들은 승차권 발권을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코레일 관계자들이 승객들을 자동발권기로 안내했지만, 노령층 등 이용객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 고양시 KTX 행신역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부산(3편), 마산(1편), 포항(1편)행 열차 등 5편이 정지됐다.

경남 창원중앙역, 전북 익산역과 전주역, 광주 송정역, 청주 오송역 등은 70∼80%대 운행률로도 수요를 감당할 수 있어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다만 오는 22일은 주말과 이어지는 금요일이어서 열차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혼잡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 왜관∼대구 간 무궁화호 열차를 종종 이용한다는 심모(48) 씨는 "평소보다 무궁화호 운행 횟수가 크게 줄어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원하는 시간대의 열차를 찾기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의 KTX는 평시 대비 68.9%만 운행하고, 일반 열차는 새마을호 58.3%, 무궁화호 62.5% 수준으로 운행된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수도권 전철과 KTX에 내부 직원과 군 인력 등 동원 가능한 대체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열차 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할 예정"이라며 "그래도 혼잡이 예상되니 버스 등 다른 교통편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화물 운송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화물처리량이 가장 많은 부산신항역과 부산진역은 파업 전에는 각각 하루 1천100TEU, 750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했지만, 현재 화물량이 350TEU, 240TEU로 30%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급한 화물은 차량으로 운송하고 있어 아직 컨테이너가 야적장에 쌓이는 수준은 아니라고 코레일 측은 설명했다.

시멘트 공장이 몰려있는 충북 단양 등 지역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 지역 시멘트 공장은 전체 물류에서 철도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달한다.

하지만 시멘트 운송에 필요한 열차가 파업 기간에 평시 대비 3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시멘트 업체들은 군포, 수색, 광운대역 등 수도권 철도기지창에 마련된 저장소(silo)에 최대한의 재고를 비축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강원도 역시 하루 33회 운행하는 화물 열차가 파업 이후 4회 운행으로 급감하면서 시멘트 업체 2곳과 광업소 5곳이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철도노조는 ▲ 4조 2교대제 도입을 위한 인력 4천명 충원 ▲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임금 수준 개선 ▲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SR과 연내 통합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 구로 철도교통관제센터를 찾아 "철도노조 파업으로 국민 불편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파업 기간 국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비상수송대책 시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나보배 천정인 박의래 김주환 노승혁 유의주 한종구 전창해 이정훈 이재현 홍창진 윤태현 손형주 권준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