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피해 주주 모아 손배소 낸다

소송 참여자 주식 1만주 도달하면 개시…"자본시장 투명한 거래 회복 위한 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2015년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본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대리에 나선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 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25일부터 법무법인 지향 홈페이지를 통해 소송 원고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원고 자격은 합병 결의 후 신주가 발행된 시점인 2015년 9월 1일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했던 주주 본인이다.

민변 소속 변호인단은 소송 원고가 모이면 ㈜삼성물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총수 일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감사위원, 삼성바이오로직스 법인·대표이사, 안진·삼정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예정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번 소송은 한국 최초로 개인 주주들이 불공정한 회사 합병으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해 해당 회사뿐 아니라 합병으로 이익을 본 총수 일가, 합병에 찬성한 이사·감사위원, 회계 사기에 가담한 법인 등에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공정한 회사 합병의 피해자인 주주들의 손해를 환수해 경제정의를 구현하고, 향후 이사들의 사익 추구와 거수기 이사회 등의 관행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부당한 합병 비율로 최대 4조1천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봤고,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최대 6천750억원 손실을 봤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올해 7월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정농단 재판 등에서 이 부회장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재산상 이익을 얻었고 국민연금은 피해를 봤다는 게 확인됐다"며 "합병 과정에서 부당하게 손실을 봤다고 볼 수밖에 없는 많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불공정한 합병 피해자들의 소송은 단순히 피해복구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자본시장의 투명한 거래 질서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소송 참여자의 당시 보유 주식 수가 1만주에 도달하면 소송을 시작하고, 이후 원고가 더 모이면 추가 소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 소송은 대리인단이 진행하며 참여연대나 민변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합병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촉구하는 취지로 22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피케팅과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