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미군감축 없다"지만…비건 "韓, 무임승차 안돼" 방위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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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때마다 불거지는 '주한미군 감축' 논란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중단 선언으로 사실상 연내 타결이 물건너갔다. 협상 결렬 직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입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에스퍼 "동맹 위협 아닌 협상일 뿐"
트럼프라면 감축 실행할 수도
미국이 우리 정부에 요구한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의 방위비 청구서를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막판 협상 카드로 꺼내들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미 간 방위비 부담 불균형에 불만을 표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 카드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반복되는 레퍼토리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될 때마다 반복해 나온 이슈다. 동맹 관계도 ‘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군사력을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는 발언을 수시로 꺼내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료의 발언을 통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철수가 뒤따를 것이란 위협이 가해졌다.
지난 2월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체결되기 직전 양국 간 밀고 당기는 치열한 신경전이 오갈 때도 어김없이 주한미군 감축·철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군 감축 시나리오가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잠정 중단 상태지만 이번 11차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도 미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라면서도 “누군가 무임승차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협상 전략일 뿐” vs “가능성 배제 못해”
주한미군 감축 위협이 단순히 미국의 협상 압박용 수단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미국 국방부는 이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공식 부인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일축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번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지속 주둔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답했다.
에스퍼 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이것(미군 감축)으로 동맹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것은 협상이다”고 답했다. 미군 철수를 실행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이 경제력에 걸맞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동북아시아 안보전략 전환과 맞물려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거리 핵전력(INF) 탈퇴 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병력 대신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주한미군 감축 시나리오로 유력한 것은 미군 순환재배치 프로그램을 이용한 방안이다. 현재 주한미군 병력은 2만8500여 명이다. 미국의 ‘2019년 국방수권법안(NDAA)’에 따르면 주한미군 병력은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조정할 수 있는 주한미군 병력은 현재 병력과 NDAA 법정 병력 차이인 6500명인 셈이다. 이에 따라 9개월 간격으로 순환배치되는 주한미군의 여단급 인력(4000~6000명)을 일단 본국으로 소환한 뒤 추가 인력을 다시 한국에 배치하지 않는 식으로 한국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양극단에 서 있는 한·미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며 “주한미군 감축을 거꾸로 우리가 협상에서 어떻게 유리하게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