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와인의 비결? 포도와 땅에 다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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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의 스티브잡스' 제이슨 우드브리지
자갈밭에서 최고의 와인을
캐나다 태생인 우드브리지는 1998년까지 투자은행에서 석유 등 원자재 투자를 담당하는 펀드매니저였다. 18세 때 암 투병을 한 뒤 “한 번 살 거면 최고가 되자”고 결심했다. 금융계를 떠나 전 재산을 나파밸리에 쏟아부었다. ‘사람’과 ‘땅’에 투자했다. 10년간 땅을 보고 다닌 뒤 나파밸리에 네 곳, 호주에 한 곳을 샀다. 그는 “와인은 신의 영역이 90%고 사람의 영역은 10%다. 최고의 양조팀을 만든 뒤 마음에 드는 땅이 아니면 절대 포도를 심지 않았다”고 말했다.
헌드레드에이커는 기존 와인 양조의 상식을 깬 곳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자라기 어려운 곳에서 100% 단일 품종의 와인을 만들었다. 99%의 양조장이 하고 있는 ‘레킹(불순물 제거 작업)’도 하지 않는다. 손으로 한 알 한 알 알맞게 익은 포도를 따 저온에서 28개월을 발효한 뒤 자연 숙성 되도록 했다. 그는 “그냥 좋은 것과 최고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와인이 산소와 만나는 과정을 최소화하고 지하 100~130m에서 자연 숙성시킨다. 와인을 즐기는 방법도 다르다. 그는 와인잔을 두 손으로 감싼 뒤 “손의 온기를 잔에 전달하면 향이 더 진하고 풍성하게 올라온다”며 “다른 와인과 달리 1주일에서 한 달간 와인을 열어두면 천천히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헌드레드에이커의 와인 라벨은 다 똑같다. 완벽하지 않은 와인은 다 버린다. ‘카일리 모건’ ‘아크’ ‘퓨앤파’ 등 각각 다른 밭에서 나온 다른 빈티지지만 모두 하나의 라벨을 쓴다. 그는 “가장 흔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가장 완벽하고 순수한 상태로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