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실라박물관, 韓방문단에 부처님 치아사리 공개

진신 치아사리 2과…총무원장 일행, 예불 올리며 친견
간다라 미술의 보고(寶庫)인 파키스탄 탁실라 박물관이 한국 불교 방문단에 부처님의 치아사리(齒牙舍利)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구법 순례에 나선 한국 불교 방문단이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친견(親見)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탁실라 박물관 측은 1층 로비에 특별 전시공간을 임시로 마련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한국 불교 방문단에 진신(眞身) 치아사리 2과를 공개했다.

박물관 측은 이들 사리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에도 지금까지 소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탁실라 박물관의 귀중한 소장품으로 평가된다.

진신 치아사리는 노란 연꽃 모양으로 치장한 접시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리는 전반적으로 우윳빛을 띠었지만 일부분은 회색이나 붉은빛이 났다. 사리 2과의 크기는 달랐다.

1과가 보통의 치아 크기라면 나머지 1과는 절반에 불과했다.
이들 치아 사리는 기원전 3세기 인도 아소카왕이 현지 최대 스투파(stupa·탑)인 다르마라지카(Dharmarajika)에 모신 것으로, 20세기 초 영국인들이 발굴했다. 다르마라지카는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이다.

원래 다르마라지카에서 나온 진신 치아 사리는 4과였지만 이 중 2과는 발굴에 나선 영국인 존 마셜이 인도에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행스님 등 방문단 일행은 이날 진신 치아 사리 앞에서 예불을 올리고 박물관 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스님들은 부처님의 진신 치아사리를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라고 반기며 친견에 대한 답례로 불전(佛錢)을 사리가 담긴 접시 주변에 올려놓기도 했다.

탁실라 박물관은 기원전 3세기부터 약 800년간 융성한 간다라 양식 미술품을 대거 소장한다.

간다라 양식은 알렉산더 대왕(BC 356∼323)의 동방 원정으로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가 고대 인도 북서부 지역인 간다라에 전해지며 생겨난 불교 미술 양식이다.

간다라 양식의 불상은 묘사가 사실적인 게 특징이다.

헬레니즘 영향을 받은 까닭에 불상의 머리카락 모양이 나발(螺髮)이 아닌 그리스 로마 동상에서 많이 보이는 바닷물결 무늬가 많다. 탁실라 박물관 압둘 나시르 관장은 "탁실라는 매우 신성한 곳"이라며 "1999년 박물관 소장품을 서울과 부산에서 전시한 적이 있지만, 앞으로도 대여를 희망한다면 가능하다"고 또 한 번의 한국 전시를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