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회 문턱 넘은 가상화폐 산업…제도권 편입 '청신호'

'가상화폐→가상자산' 법적 명칭 정의
기존 금융권 수준 자금세탁방지 의무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조건 마련키로
사진=PIXABAY
가상화폐(암호화폐) 취급업자들이 지켜야 할 규제 등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편입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21일 정무위 법안소위원회는 국회 본청 회의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 제윤경·전재수·김병욱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과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이 각각 대표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을 일괄 상정해 논의했다.이 가운데 국제자금세탁방지위원회(FATF)가 내놓은 암호화폐 관련 권고안과 가장 가까운 김병욱 의원의 특금법 개정안이 수정 의결됐다.

개정안은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가상자산 사업자(VASP)'로 정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VASP는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갖는다. 사업자 대표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성명과 소재지 등을 신고한 뒤 사업을 해야 한다. 미신고 사업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그간 명백한 기준 없이 은행이 자체 판단해 일부 거래소에만 발급했던 실명 가상계좌 발급 조건도 국회와 금융위가 협의해 마련키로 했다. 기존에 실명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외의 다른 거래소들도 실명 가상계좌를 발급받을 길이 열릴 전망이다.업계는 그동안 규제공백 상태로 방치돼 고사 직전에 놓였던 국내 암호화폐 산업이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본, 홍콩 등은 이미 FATF 권고안을 기준으로 자국 암호화폐 산업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제도권 편입을 상당 부분 마쳤다. 조금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편입 첫 문턱을 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FIU에 특금법 의견서를 전달하며 법 제정을 적극 추진해온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그간 업계에서 간절히 원했던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앞 으로 관련 산업이 건전하게 잘 육성될 수 있도록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FATF는 앞서 올 6월 37개 회원국 대상으로 암호화폐 취급 업체들이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과 의무사항을 발표했다. FATF는 권고안을 지키지 않는 국가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재도 가한다. FATF는 암호화폐 권고안 도입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6월 이후에는 각국을 돌며 이행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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