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7만명 넘었다…"'자기 결정권'은 아직 부족"

생명윤리정책원, 운영현황 발표…사전연명의료의향서 43만명 등록
임종과정에서 치료효과가 없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연명치료 중단 환자가 7만명을 넘어섰다.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22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2019 연명의료결정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년 2월 4일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제도 운영현황을 발표했다.

운영현황을 보면 지난달까지 1년 8개월간 7만996명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했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유보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4만2천753명으로 여성(2만8천243명)보다 많았다.

월별 누적 등록자는 올해 5월 5만291명에서, 6월 5만3천900명, 7월 5만8천398명, 8월 6만2천546명, 9월 6만6천574명, 10월 7만996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필요하다.

환자 가족 2인 이상 진술이나 전원 합의에 따라서도 결정이 가능하다.

실제 연명의료 유보·중단 이행자 가운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경우는 997명(1.4%),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은 2만3천49명(32.5%)이었다.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나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결정한 경우는 각각 2만2천940명(32.3%), 2만4천10명(33.8%)으로 집계됐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은 "아직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에 의한 결정보다는 가족의 개입에 의한 결정이 많은 상황"이라며 "자기 결정권에 의해 연명의료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제도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전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성별 차이를 보였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여성, 연명의료계획서는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담당의사에게 요청해 설명을 들은 후 작성하는 서류다.

작성은 담당의사가 한다.

등록 현황을 보면 지난달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43만457명이 작성했다.

여성은 30만4천865명(70.8%)으로 남성 등록자 12만5천592명(29.2%)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명의료계획서는 3만1천616명이 작성했고, 남성이 1만9천793명(62.6%)으로 여성 1만1천823명(37.4%)보다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두 서류 모두 대다수가 고령층이 작성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70대가 46.1%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60대 22.2%, 80세 이상 19.8% 등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계획서 역시 70대 27.7%, 60대 26.3%, 50대 19.3%, 80세 이상 1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 사무총장은 "제도 마련과 정착 과정에서 생명경시 우려 측면도 있었지만 조기에 잘 정착해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문화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이어 "죽음을 삶의 일부로 인식하고 노년기에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문화 변화도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