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데드라인까지 지소미아 연장 압박…"우리끼리 싸울 여유 없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미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 0시)을 앞두고 막판까지 한국에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지소미아 관련 부처인 국방부와 국무부는 물론 미 의회까지 전방위로 한국에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한 것이다.

미 상원은 21일(현지시간) ‘지소미아 연장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전날 안건 상정 하루만에 속전속결로 결의가 이뤄졌다. 결의안엔 “지소미아는 인도·태평양 안보와 방어의 토대가 되는 중대한 군사정보 공유 합의”라며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상대하는데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집권 공화당 소속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지소미아에 계속 참여할 것을 한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워싱턴DC를 방문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면담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적들이 있다”며 중국과 북한을 거론한뒤 “우리끼리 싸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전날 아시아 순방 중 들른 베트남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전진해야 하며 이는 (한·일) 양국 모두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며 “미국과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에스퍼 장관은 특히 “한·일간 마찰과 긴장은 분명히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며 나는 역사적 이슈와 이(갈등)를 유발한 최근의 항목들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평양과 베이징과 관련된 보다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소미아’라는 단어를 직접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 직후 열린 한·미 국방장관 기자회견에서도 “지소미아 만료나 한·일 관계의 계속된 갈등 고조로 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지적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미 국무부도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강경화 외교장관의 전화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두 장관이)긴밀한 조율 유지를 약속하고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지소미아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표현을 통해 미국의 지소미아 유지 방치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가 몰고올 파장을 보다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의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동맹국들, 협력 국가들의 국가 안보에 피해를 주는 이 결정은 동맹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은 한국의 동기와 판단력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지소미아 종료가 “동맹의 종말은 아닐 것이며, 미국이 깊은 유감을 표명하겠지만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지소미아 붕괴는 미국이 동아시아내 동맹 체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북한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