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와 럭셔리, 도시女男들이 머무는 그 사이 어디쯤…한섬의 패션 혁신

명품의 향기

시스템·시스템옴므
파리패션위크서 호평
한섬의 대표 여성복 ‘시스템’과 남성복 ‘시스템옴므’가 올해 가을·겨울 제품 생산부터 ‘선기획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즌별로 내놓은 제품의 개발 완료 시점을 앞당겨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다. 과거엔 제품을 본격 판매하기 3개월 전에 신상품 개발을 마쳤다. 이젠 6개월 전에 대표 상품을 개발한다. 한섬은 이를 위해 자체 트렌드 예측 시스템을 갖췄다. 비용은 더 든다. 대신 준비를 미리 끝내는 만큼 국내외에서 제품을 동시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시즌보다 6개월 이상 일찍 행사를 여는 파리패션위크 등 해외 유명 패션쇼에 참여하기 쉬워진 것도 과감하게 생산 구조를 바꾼 효과다.

도시 남녀를 위한 트렌디한 옷시스템은 1990년 첫선을 보인 여성 영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다. ‘젊은 도시 여성’을 타깃으로 트렌디한 옷을 주로 선보인다. 시스템옴므는 2008년부터 판매한 남성복으로, 자유로운 감성을 중시하는 도시 남성을 타깃으로 한다.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즐기는 전문직 남성, 2030 사회 초년생 등으로부터 고루 사랑을 받고 있다. 시스템옴므는 또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하고 있다. 국내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 ‘비너스맨션’, 패션모델 출신 아티스트 ‘권철화’ 등과 협업한 제품군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올해 8월엔 식품업체 오뚜기와 손잡고 ‘시스템옴므×오뚜기’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올해 1월 ‘2019 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에 함께 참가했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동시에 운영하는 국내 브랜드 중에 파리패션위크에 동반 참가한 건 처음이다. 4월엔 ‘2019 가을·겨울 상하이 패션위크’에, 9월엔 ‘2020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에, 10월엔 ‘2020 봄·여름 상하이 패션위크’에도 참여해 제품을 알렸다. 특히 파리에선 전 세계 유명 백화점과 편집숍에서 온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신상품을 소개하고 선판매 계약을 맺었다. 한섬은 올해 글로벌 패션위크에서 17개국 50여 개 유통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캐나다 라 메종 사이먼스 백화점, 이탈리아 하이엔드 패션편집숍 안토니올리, 홍콩 최대 편집숍 IT 등 20여 곳과는 올해 처음 거래가 성사됐다.한섬 관계자는 “원단이 남다르고 재봉, 디자인, 색감 등 모든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평이 많았다”며 “특히 러시아, 덴마크, 쿠웨이트 등 예상하지 못한 나라와도 계약을 맺은 것이 올해의 성과”라고 말했다.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섬의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매장에서 의류, 신발, 클러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역동적이고 과감한 스타일

시스템과 시스템옴므의 올겨울 신상품 디자인 콘셉트는 ‘Versus’(대·對)다.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 드레스를 조화시키는 등 특이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서로 다른 소재를 믹스매치한다거나 역동적인 디자인,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올겨울 시스템이 내놓은 대표 제품은 퀼팅이 들어간 헝가리 구스다운 소재의 ‘커프스 스트랩 볼륨 구스 다운 점퍼’(79만9000원), ‘모노그램 퀼팅 구스다운 베스트’(55만9000원) 등이다. 시스템옴므의 대표 제품은 양모와 캐시미어 혼방 소재로 만든 ‘오버핏 스트랩 라펠 코트’(92만원), ‘토글 버튼 캐시미어 울코트’(88만원), ‘덤블 블록 울 패딩 점퍼’(65만9000원), 스마일 프린트를 포인트로 넣은 ‘엘보 스마일 프린팅 울 니트 카디건’(59만9000원) 등이다.

한섬 관계자는 “점점 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과감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발 빠르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